오피니언 사설

[사설] 깜깜이 비급여 진료비로는 실손보험 난제 못푼다

새 정부가 실손보험료 인하에 팔을 걷어붙였다. 국정기획자문위원회가 지난달 실손보험료 인하를 유도하겠다는 방침을 내놓은 데 이어 금융 당국도 소비자 편익 차원에서 검토에 들어갔다. 최종구 금융위원장 후보자도 “서민의 부담을 줄이는 방향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민의 70%가 가입해 제2의 국민건강보험으로 불리는 실손보험의 보험료가 인하된다는 것은 반가운 소식이다. 새 정부가 국민건강보험의 급여 치료 범위를 확대하기로 한 만큼 그 반사이익분을 실손보험 가입자의 부담 완화로 연결해야 한다는 것은 지극히 합리적이고 타당하다.


그러나 의료계와 보험 산업의 현실은 그다지 녹록하지 않다. 무엇보다 실손보험의 손해율이 130%로 너무 높아 상품을 팔면 팔수록 적자가 난다. 이 때문에 일부 보험사는 판매를 중단하기도 했다. 지난해 실손보험 적자 규모는 1조6,432억원으로 1년 전보다 65%나 늘었다. 사정이 이 지경이 된 데는 여러 가지 요인이 있지만 병·의원의 과잉 진료 탓이 크다. 허리와 어깨 통증 등에 많이 쓰이는 도수치료와 초음파 충격 처치 비용이 병·의원마다 제각각인데다 실손보험으로 보장되기 때문에 과잉 진료의 온상이 되고 있다. 병·의원에 따라 같은 치료인데도 수십 배나 차이가 나는 경우도 있다. 의료기관마다 비급여 치료의 명칭과 정의부터 서로 다르니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런 과잉 진료가 보험 가입자의 부담으로 고스란히 되돌아옴은 물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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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턱대고 보험료부터 내리라고 압박하는 것은 합리적인 정책이 못 된다. 과잉 진료를 막을 제도적 장치 마련이 병행돼야 궁극적으로 소비자 편익이 증진된다. 금융 당국은 지난해 비급여의 표준화 등을 담은 실손보험 제도개선 방안을 내놓았지만 진척된 것이 별로 없다. ‘과잉 진료→보험사 적자→보험료 인상’의 악순환이 반복되는 난제를 풀기 위해 보건·금융 당국과 의료계·보험사가 머리부터 맞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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