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전범 기업 합작사의 사외이사 재임이 논란이 되고 있는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후보자의 ‘몰랐다’는 해명이 석연찮다. ★본지 7월6일자 1면 참조
6일 산업부 등에 따르면 백 후보자는 전일 서울경제신문 보도에 대해 “대주주가 전범 기업인지 전혀 인지하지 못했고 2대 주주인 케이씨텍(029460)과의 인연에 사외이사로 활동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소재업체 관계자들은 세라믹공학을 전공한 백 후보자가 티씨케이(064760)의 최대주주인 도카이 카본을 모른다는 것을 쉽게 납득하지 못했다. 티씨케이는 도카이 카본 코리아의 영문 약호다. 또 백 후보자는 지난해 티씨케이의 여섯 차례 이사회 중 단 한 차례만 불참했다. 특히 ‘결산안 승인의 건’과 ‘대표이사 회장, 사장 선임의 건’에 참석해 찬성했던 만큼 도카이 카본이 가져간 20억원의 현금배당과 신임 대표이사 회장이 도카이 카본 경영전략본부장이라는 점을 모를 리가 없다. 최대주주이자 대표이사가 재직 중인 회사의 내용을 모르고 찬성표를 던졌다면 사외이사로 거수기 역할만 했다고 자인하는 셈이다.
백 후보자의 사외이사 선임 자체에 대한 문제제기도 뒤따른다. 학계에 따르면 백 후보자는 티씨케이의 2대 주주인 케이씨텍과 수년간 연구개발과 특허 출원을 함께한 밀접한 관계다. 케이씨텍과 반도체 표면 공정과 관련한 기술이전으로 2003년 14억원의 기술료를 받기도 했다. 특허 업계 관계자는 “수십 개의 특허가 모여 만들어진 반도체 공정에서 특정 특허가 수익을 낸다고 입증하기 어렵기 때문에 보통 기술료를 받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다만 당시 기술료는 백 후보자 개인에게 돌아가지 않고 한양대 산학협력단을 통해 전체 구성원에게 배분된 것으로 알려졌다. 티씨케이 사외이사 선임이 기술이전의 보은 차원이라는 것은 백 후보자도 인정했다.
백 후보자에 대한 또 다른 논란은 지난 4월3일 문재인 대선 캠프에 에너지 전문가로 합류하며 사외이사로 재직 중인 티씨케이의 주가가 움직였다는 점이다. 대선 후보자 캠프 합류가 국가공무원과 같이 영리업무 및 겸직금지 규정에 해당하지는 않지만 태양광발전 부품을 주력으로 생산하는 기업의 사외이사가 유력 대선 후보의 에너지 정책을 담당한다면 도의적으로라도 사외이사를 사임하는 것이 맞다는 주장도 나온다. 티씨케이는 사외이사로 재임 중인 백 후보자가 문재인 캠프에 합류하며 3만2,000원이던 주가가 상승세를 타기 시작해 곧 이은 정책공약 발표에 추가로 오르기 시작했다. 대선 이후 점진적 상승세를 보이던 티씨케이의 주가는 탈원전 정책을 공론화하며 4만원을 훌쩍 넘어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