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여명] 인간의 모순@AI의 정반합.future

우승호 바이오IT부장

AI, 정반합 변증법으로 자기완성

훗날 '강한 인공지능' 될까 우려

변화의 시대, 도태되지 않으려면

인간도 자기부정 통해 진화해야





# 한 상인이 창을 들고 “어떤 방패도 뚫을 수 있다”고 말한다. 그리곤 방패를 들고 “어떤 창도 막아낼 수 있다”고 자랑했다. 누군가 “어떤 방패도 뚫는 창으로 어떤 창도 막는 방패를 찌르면 어떻게 되느냐”고 물었다. 그러자 그 상인은 줄행랑을 쳤다.


# 한 연구자가 위조지폐를 잘 만드는 ‘제조자’ 인공지능(AI)과 어떤 위조지폐든 찾는 ‘감별사’ AI를 만들었다. 그리고 제조자가 만든 위조지폐를 감별사가 찾도록 했다. 감별사는 제조자가 만든 위조지폐를 찾아냈다. 제조사는 보완해 다시 만들었다. 이 과정을 수만 번 반복한 끝에 진짜에 가까운 가짜가 탄생했다.

앞 얘기는 우리가 잘 아는 ‘인간의 모순’이다. 두 번째는 지난 2014년 이안 굿펠로 구글 브레인 연구자가 만든 ‘대립적 생성 네트워크(GAN)’다. AI는 진짜와 가짜의 정반합 변증법을 통해 ‘완벽한 가짜’라는 ‘세상에 없는 새로운 진짜’를 만들었다. 지금의 GAN은 가상인물의 초상화를 그리고 한 줄을 멋진 그림으로 바꿔준다. 또 남자는 여자로 구두는 가방으로 바꿔서 그릴 수도 있다. 불과 몇 년 전까지 “AI는 정해진 답만 찾을 뿐, 정답이 없으면 무용지물”이라고 알고 있었지만 이제 더 이상 사실이 아니다.


미래는 ‘마법 세상’처럼 느껴진다. 과학의 발전이 인간의 상상을 뛰어넘는 기술로 세상을 바꿔놓기 때문이다. 특히 AI의 발전속도는 ‘18개월마다 반도체 성능이 2배씩 좋아진다’는 무어의 법칙보다 빠르다. 2배씩 늘어나는 ‘승수’의 속도는 신문지로 달에 가는 것과 비교하면 이해가 쉽다. 신문지 두께는 1㎜, 지구와 달의 거리는 38만㎞다. 격차가 아주 크다. 그러나 신문지를 단지 45번만 접으면 그 두께가 3,518만km나 된다. 승수의 발전은 슈퍼컴퓨터에도 적용된다. 1964년 1초에 100만번 계산했지만 50년 후엔 338억배 빨라진 3경3,860조번을 계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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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의 변화는 천천히 진행되는 듯하지만 어느 순간 확 바뀌는 ‘양질전환’의 과정을 거친다. 마치 1도나 99도나 같은 물이었지만 1도가 높아져 100도가 되면 액체에서 기체로 성질이 바뀌는 식이다. 정보기술(IT)은 PC에서 스마트폰·AI로 점프를 했고, AI도 2번의 암흑기를 거쳐 비약적으로 발전했다. AI는 1940년대 첫 논의가 시작됐다. 1956년 개념이 세워졌고 1960년대까지 투자가 집중됐다. 그러나 1970년대 컴퓨터 성능이 못 따라와 암흑기를 맞았다. 그러다 1980년대 기술개발로 주목을 받다가 1990년대 “쓸모없다”는 인식 때문에 다시 암흑기를 겪었다. 반도체 발전과 함께 탄력이 붙었고 1997년 IBM 딥 블루가 체스챔피언을 눌렀다. 2000년대 딥 러닝 등이 등장했고 2011년 IBM왓슨이 퀴즈쇼에서, 2016년 알파고가 바둑에서 인간을 이겼다. 그리고 2014년 정반합을 통해 스스로 학습하고 창조하는 GAN이 등장했다.

AI가 세상을 변화의 격동 속으로 몰아넣고 스마트폰보다 더 큰 변화의 쓰나미를 몰고 올 것이다. 마이크로소프트·인텔·시스코·델에서 구글·애플·아마존·페이스북으로 넘어간 IT 혁명의 주도권도 AI 플랫폼 기업들에게 넘어갈 가능성이 높다.

일부 미래학자들은 AI가 지각·인식·지식·추론 능력으로 학습하고 진화하다가 결국 강한 인공지능인 ‘마키나 사피엔스’가 될 것을 우려한다. 고대 그리스 연극에 등장하는 ‘기계장치를 통해온 신’이라는 의미로 ‘AI 신인류’를 지칭한다. 두려움의 대상이기도 하다.

그러나 인간이 AI처럼 정반합의 자기부정을 통해 끊임없이 혁신하고 진화해 나간다면 AI가 인간을 앞서는 ‘특이점’이 오지 않을 수 있다. 물론 변화의 시대에 어제의 논리로 대응하면 도태된다. 달걀은 깨지기 않기 위해 껍질에 싸여 있지만 병아리가 되기 위해선 깨고 나와야 한다. AI도 자기부정·자기소멸의 정반합으로 인간을 쫓아오고 있다. 무섭게 진화하는 AI가 인간에게 보내는 경고다. /derrida@sedaily.com

우승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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