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동향

[두 얼굴의 시진핑...무기력한 한국정부] 中, G2 답지 않은 치졸한 무역보복...정부는 'WTO 제소'도 안해

보호무역 않겠다더니 사드 빌미로 한국 압박

中 자국 이해와 관련된 이슈들엔 '이중적 잣대'

정부, 반년 지나도 대책은 WTO에 "부당" 주장뿐

FTA 등 활용한 외교적 수단으로 해법 모색해야



“지렁이도 밟으면 꿈틀하는데 우리는 온몸으로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보복 조치를 당하고 있습니다.”(허윤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

“한중 간 무역마찰이 갈수록 증폭되는 쪽으로 분위기가 흐르고 있는데 마땅한 수단이 없습니다.”(안덕근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


문재인 대통령의 사드 보복 조치 중단 요구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사실상 거절하면서 우리 정부의 무기력한 대응에 대한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갈등이 비화한 지 반년 가까운 시간이 흘렀지만 우리 정부가 내놓은 공식적 대응은 세계무역기구(WTO)에서 중국의 부당함을 ‘주장’하는 것뿐이었다. 연초에 만지작거리던 WTO 제소 카드도 큰 효과를 보지 못한다는 학계의 지적에 어느 순간 모습을 감췄다. 자유무역의 수호자를 자처하면서도 사드 보복 조치를 강화하는 중국의 이율배반적 태도에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는 셈이다.

◇자유무역 외치면서 “사드 보복은 국민 정서”…시진핑의 이율배반=시 주석이 사드 문제에 있어 사실상 양보가 불가능함을 한중 정상회담을 통해 재확인하면서 세계화와 자유무역을 강조해온 중국이 자국의 이해가 관련된 이슈에는 이중잣대를 들이대고 있다는 지적이 커지고 있다. 시 주석은 6일(현지시간) 문 대통령과의 첫 정상회담에서 “한중 관계 개선과 발전의 장애를 제거하기 위해 한국이 중국의 정당한 우려를 중시하고 관련된 문제를 적절히 처리하기 바란다”고 언급했다. 이어 “(사드 보복은) 중국민의 관심과 우려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도 했다. 사드 문제를 우회적으로 언급하며 한국을 압박한 셈이다.

이 같은 시 주석의 발언은 그가 국제사회를 향해 해왔던 것과는 차이가 크다. 그는 지난 1월 다보스포럼에서 “중국은 세계화를 향한 문을 크게 열어놓을 것이고 그 문을 닫지 않겠다. 함께 가자”고 발언하는 등 중국이 자유무역주의의 새로운 수호자가 될 것이라는 발언을 지속해왔다. 특히 미국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 이후 보호무역주의 노선을 분명히 하자 세계 2대 강국(G2)의 지위를 더욱 공고히 하고 미국에 반발하는 세력을 규합하기 위해 국제외교 무대에서 ‘자유무역’ 관련 발언만 쏟아내기도 했다.


◇피해 커지는데…무기력한 정부=3월17일 주형환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WTO 서비스이사회에 참석해 중국의 사드 보복 조치가 관광·유통 분야 WTO 협정 위배 가능성이 있다고 공식 문제 제기를 했다. 그보다 앞서서는 산업부가 WTO 제소를 검토하겠다는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이후 4개월여가 지나며 우리 기업의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고 있지만 WTO 제소 등의 대응 방안은 내놓지 못하고 있다.

관련기사



비판의 중심에는 정부가 사드 보복 피해를 너무 ‘낙관적’으로 추정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목소리가 있다. 그렇기 때문에 여러 활용 가능한 수단이 있음에도 통상 당국이 뾰족한 대응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허윤 교수는 “한국 대학에 중국인 학생이 굉장히 많이 왔었는데 사드 갈등 이후 반토막으로 줄었다”며 “좌고우면하면서 수수방관만 하고 있는데 사드 보복이 지속되면 데미지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갈등이 갈수록 비화하고 있어 WTO 제소라는 사실상 마지막 카드를 뽑기 힘든 상황이라는 분석도 있다. 안덕근 교수는 “여행객 제한 등으로 시작됐던 사드 보복 조치가 현대자동차 피해 5조원 등으로 확산하고 있다”며 “WTO 제소가 정부가 할 수 있는 옵션 중 하나인데 그 카드를 너무 빨리 꺼내 들 수 없어서 정부가 고민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외교 당국이 쓸 수 있는 카드가 마땅찮다. 외교부 관계자는 “(경제보복 철회 관련 논의에서) 의견 차이가 있었다”며 “상황을 계속 보면서 소통을 강화해나가겠다”는 원칙적 입장만 밝혔다.

WTO 제소라는 대응책이 큰 효과가 없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중국 내부 정서가 있는 만큼 직접적으로 보복을 중단해달라고 하기보다는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의 협력조항을 근거로 외교적 차원에서 풀어나가는 게 가장 현실적인 방안이라는 것이다. 최원목 이화여대 교수는 “롯데에 대한 보복이나 식품 통관 지연 등은 WTO로 가져갈 수는 있겠지만 여행객 제한 등은 WTO 협정상 양허를 안 했거나 개방했어도 적용을 유보한 것이라 WTO 제소로 해결할 수 없다”며 “정상 수준에서 한중 FTA 이행을 철저히 하자는 방식의 외교로 접근해야 중국의 일반인들도 반발하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사드 보복 문제는 경제적 대응 방법이 아닌 외교적 수단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조언도 있다. 정철 대외경제연구원 통상연구본부장은 “WTO 제소가 가능할 순 있지만 크게 실익을 보기는 어렵다”며 “마땅한 수단이 없는 만큼 정치적 차원에서 해결책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베이징=홍병문특파원 맹준호기자 세종=김상훈기자 ksh25th@sedaily.com

김상훈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