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출 60조원, 영업이익 14조원. 삼성전자(005930)가 지난 2·4분기에만 거둔 이 같은 수치는 그야말로 경이로운 성과다. 전 세계 정보기술(IT) 업계의 양대 산맥인 애플과 인텔을 모두 앞지르는 성적이면서 글로벌 IT 업계를 선도하는 이른바 ‘FANG(페이스북·아마존·넷플릭스·구글)’ 4개 회사의 영업이익을 전부 합친 것보다도 많다. 대한민국의 1등 제조업체를 넘어서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한 삼성전자가 명실공히 전 세계 1등임을 증명하는 획기적 사건이라는 평가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삼성전자는 모바일 외에 반도체와 TV·생활가전 등을 생산하는 만큼 애플과 사업영역이 고스란히 겹치지는 않는다”면서도 “스마트폰의 원조, 대표 혁신기업, 1등 공룡기업 등의 수식어를 갖고 있는 애플을 삼성전자가 넘어선 것은 한 기업의 이야기가 아니라 대한민국 경제에 획을 긋는 역사적 사건”이라고 평가했다.
삼성전자가 이처럼 놀라운 성적을 낸 것은 무엇보다 상상을 초월하는 반도체 사업의 힘이 주효했다는 분석이다. 반도체 부문의 영업이익은 최대 8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되며 이는 전체 영업이익 14조원의 57%를 차지한다. 삼성전자의 선제 투자와 독보적 기술력 확보, 메모리 반도체 슈퍼 호황 등이 맞물린 결과로 삼성전자는 반도체 사업에서 40%가 넘는 영업이익률을 거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일부 D램 제품의 경우 영업이익률이 50%를 넘는 것으로 증권가는 보고 있다. 1만원짜리 제품을 팔아 무려 5,000원을 남기고 있다는 얘기로 삼성전자 반도체의 품질이 대체 불가라는 사실이 글로벌 시장에서 뿌리내렸음을 방증하는 수익 구조다.
갤럭시노트7 단종 사태로 지난해 최악의 한 해를 보냈던 모바일(IM) 부문의 경우 ‘갤럭시S8’ 출시에 힘입어 영업이익이 3조8,000억원에 달한 것으로 보인다. IM 부문의 영업이익이 3조원을 넘어선 것은 지난 2016년 2·4분기(4조3,200억원) 이후 1년 만으로 삼성전자 프리미엄 스마트폰의 저력을 다시 한번 증명했다는 평가다. 갤럭시S8 시리즈는 갤노트7 사태의 여파로 예년보다 한 달가량 늦게 시장에 나왔지만 출시 한 달 만에 글로벌 판매 1,000만대를 돌파하며 역대 갤럭시 S시리즈 중 가장 빠른 판매기록을 거뒀다.
디스플레이(DP) 부문에서도 1조6,000억원가량을 벌어들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삼성전자가 스마트폰용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시장의 90% 이상을 점유하고 있는데다 스마트폰 업체들의 OLED 패널 채택이 늘면서 4분기 연속 1조원이 넘는 영업이익이 가능했다는 분석이다. 액정표시장치(LCD) 패널의 가격이 탄탄했던 것도 수익에 한몫한 것으로 보인다.
소비자가전(CE) 부문의 경우 TV 신제품이 출시되는 전통적 성수기로 무난하게 6,000억원가량의 영업이익을 올린 것으로 예측된다. 특히 이번 분기부터 삼성전자가 지난해 인수한 미국 자동차 전장 업체 하만의 실적이 CE 부문에 포함되면서 영업이익 상승에 힘을 보탰다. 증권가에서는 하만의 2·4분기 영업이익을 2,000억원선으로 추정한다.
삼성전자가 상반기에만 24조원에 달하는 영업이익을 거두자 시장에서는 삼성전자가 올해 50조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달성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더욱 커졌다. 맏형인 반도체 부문의 업황 전망이 밝은데다 애플 등 주요 고객사에 대한 스마트폰용 OLED 패널 공급이 하반기부터 본격화하는 만큼 증권가에서는 삼성전자의 3·4분기 및 4·4분기 영업이익이 각각 15조원을 웃돌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3·4분기에 프리미엄 스마트폰 신제품인 ‘갤럭시노트8’이 공개 예정인 것도 실적 전망을 밝게 하는 요소다.
이세철 NH증권 연구원은 “하반기는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 중심으로 실적 확대가 예상되며 특히 3D 낸드플래시 실적 확대로 반도체 부문에서만 연간 영업이익 30조원 실현이 가능해 보인다”며 “IM 부문의 경우 경쟁사 애플의 신제품 등장이 주요 변수”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