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월부터 서울지역 한 자치구의 건강가정·다문화지원센터에서 일하는 서모(27·여)는 요즘 전직을 고민하고 있다. 가족복지기관에 종사한다는 자부심으로 일을 시작했지만 매일 야근에 토·일요일 근무도 잦지만 월급은 고작 130만원에 불과하다. 수당도 제대로 없어 경제적 어려움이 크기 때문이다.
정부가 한부모·조손·다문화가정 등을 위해 가족복지 서비스를 확대하면서 예산을 꾸준히 늘리고 있지만 정작 관련 업무를 담당하는 이들에게는 소홀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9일 여성가족부에 따르면 가족복지 관련 정부 예산은 2015년 597억원에서 2016년 611억원, 올해 629억원으로 꾸준히 늘고 있다. 하지만 관련 기관 종사자 처우는 제자리걸음이다.
이에 그 동안 묵묵히 일해오던 가족복지기관 종사자들이 길거리로 나섰다. 서울의 각 자치구 건강가정·다문화지원센터 근무자들은 지난 3일 서울 세종로에서 처음으로 집회를 열고 처우개선을 요구하며 한목소리를 낸 것이다.
안진경 서울시 자치구 건강가정·다문화센터 비상대책위원회 홍보분과장은 “1년차 직원 기준 130만원 정도의 월급을 받고 야근수당이나 휴일 근무수당 없이 일하는 게 우리의 현실”이라고 말문을 연 뒤 “그 동안 꾸준히 임금인상 등 처우개선을 요구했지만 지난 6년 간 겨우 2만6,000원 올랐을 뿐”이라고 성토했다.
여가부 지침에는 주40시간 근무하도록 돼 있지만 실제 근무는 주 60시간 이상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게다가 센터 종사자들은 계약직으로 1년마다 근로계약을 연장하는데 무기계약직 전환 대상도 아니라 낮은 임금에 고용불안까지 겪고 있는 실정이다.
3년 단위로 실시되는 평가제도에 대해서도 각 센터들은 불합리하다고 주장한다.
안 분과장은 “센터들은 대학 등 외부에 위탁 운영되는데 3년마다 평가한 뒤 점수가 낮으면 운영 주체가 바뀌게 되고 센터장을 비롯한 직원들 상당수가 물갈이 된다”며 “문제는 센터에 대한 전문성 없는 공무원이 평가를 맡기도 해 평가의 기준도 불분명하다”고 지적했다.
서울지역 센터들은 앞으로 전국 센터들과 연합해 처우 및 평가제도 개선 등이 수용될 때까지 집회 등을 통해 꾸준히 목소리를 낼 계획이다.
여가부 관계자는 “센터 직원들의 열악한 처우는 잘 알고 있고 이들의 임금인상 등을 위해 내년도 예산을 더욱 확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내년에는 올해 보다 예산을 늘려 가족복지서비스 종사자들의 처우를 개선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