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발언대]'채소 삼총사' 바다를 건너다

허건량 농촌진흥청 차장



지난해 우리나라의 신선농산물 수출 실적은 10억8,000만달러로 전년 대비 7.5% 상승했다. 2년 연속 수출이 감소하는 어려운 상황에도 그동안 국제경쟁력이 약한 것으로 알려진 신선농산물의 수출이 증가한 점은 반가운 일이다.

사과와 배·토마토 등 신선농산물의 수출이 활발해져 해외에서도 우리 과일·채소를 쉽게 만날 수 있다. 특히 딸기는 수송 전처리 기술 개발로 신선도 유지기간을 늘려 지난해에만 홍콩과 싱가포르·말레이시아 등에 3,400만여달러 규모로 수출했다. 전년에 비해 수출량이 24.5% 증가했다. 딸기에 개발된 기술을 적용해 부패를 늦추고 덜 물러지게 해 수확 후 15일 이상 신선도를 연장한 덕분이다.


과일류의 선전에 비해 우리나라의 대표적 쌈 채소인 상추·깻잎 같은 엽채류(잎을 주로 먹는 채소)는 상대적으로 수출이 부진하다. 엽채류의 특성상 쉽게 시들거나 부패하기 때문에 항공편을 이용해 소량을 수출하는 정도다. 항공 수송은 운송시간이 짧다는 장점에 비해 비용 부담이 커 가격경쟁력이 크게 떨어진다. 따라서 장거리 이동시에도 운송단가가 낮고 많은 양을 한 번에 실을 수 있는 선박 수출을 늘리는 것이 경제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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엽채류의 안정적인 수출 길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현지까지 신선함을 유지하는 선도 유지 저장유통 기술이 중요하다. 선박으로 수출할 경우 엽채류는 온도와 습도에 민감하기 때문에 품목마다 수송 환경에 맞게 수확 후 관리를 해줘야 한다. 지난 3월 상추와 시금치·깻잎 466㎏이 처음으로 배에 실려 싱가포르에 수출됐다. 당시 상추는 예비냉장을 한 다음 초미세 천공 필름으로 소단위 포장하고 시금치는 뿌리 부분을 세척한 후 수분 손실을 막기 위해 파라핀코팅 신선지를 덮고 상자로 포장했다. 저온에 취약한 깻잎은 상자 위에 알루미늄필름을 덮어 온도가 낮아지는 것을 방지했다.

이런 노력 덕분에 수확한 지 13일이나 지나 싱가포르에 도착해도 신선한 품질을 유지해 현지 교민들의 입맛을 사로잡았다.

경제국경이 사라진 지 오래다. 우리 농업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해 해외 시장 진출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동남아 시장 진출로 물꼬를 튼 우리 신선농산물의 수출이 바닷길로 더욱 확대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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