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주택

[정두환의 집과 사람] '갭 투자' 리스크가 없다?

매매·전세가 동반 하락땐 거래 위축, 손절매 어려워

갭투자, 서울 외곽·수도권 집중

하반기 중대규모 입주 예정에

전세가 크게 떨어질 가능성도

1주택자 비과세 요건 강화

가수요 유입 사전 차단해야



문재인 정부가 부동산 투기와의 본격적인 힘겨루기에 나서고 있다. 청약조정대상지역에 대한 분양권 전매 제한과 대출 문턱을 높이는 6·19 대책에 이어 최근 김현미 신임 국토교통부 장관은 주택 청약 1순위 요건을 강화해 분양 시장을 실수요자 중심으로 재편하겠다고 밝혔다.

정부의 정책에 대한 시장의 평가는 아직 엇갈린다. 여전히 풍선효과에 대한 우려도 만만치 않다. 투자자들이 분양권 전매와 대출규제가 강화된 청약조정대상지역 밖으로 눈을 돌리면서 오히려 외곽지역의 집값을 들썩거리게 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특히 전세라는 레버리지를 이용한 소액 투자로 시세차익을 노리는 ‘갭(Gap) 투자’는 여전히 기승을 부리고 있다.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의 고위 당국자도 “갭 투자가 성행하는 이유가 높은 전세가율 때문”이라고 언급할 만큼 정부도 대응책 마련에 고심하는 모습이다. 실수요와 무관하게 시세 차익을 노린 소액 투자가 주택 시장에 유입되면서 주택시장을 왜곡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사실 갭 투자가 주택시장에서 전혀 새로운 것은 아니다. 자금이 부족한 수요자들이 일단 전세를 안고 집을 산 후 돈을 모아 보증금을 갚는 방식은 오래 전부터 일반화된 내집마련 방법이다. 매매·전세가 동반 상승 분위기가 지속되는 사이 시세차익을 노린 가수요가 대거 가세하면서 집값을 끌어올리고 있는 셈이다.


갭 투자 열풍은 최근의 매매·전세가 동반 상승세에 1주택 보유자에 대한 비과세 요건 완화도 원인이라는 분석도 있다. 과거 1주택자는 아무리 보유기간이 길더라도 2년 이상 실거주를 하지 않으면 양도소득세를 물어야 했지만 이같은 거주요건이 폐지되면서 갭 투자를 부추겼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거주 요건만 강화하더라도 가수요를 어느 정도 걷어낼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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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컨설팅 업체들은 갭 투자가 위험부담이 거의 없는 안전한 투자처라며 갭 투자를 더욱 부추기고 있다. 하루에도 많게는 30%까지 가격이 떨어지는 주식과 달리 가격의 하방 경직성이 강한데다 하락 조짐이 보이면 처분하고 손을 털면 된다는 논리다.

하지만 깊게 들여다보면 최근의 시장 상황이나 전망은 갭 투자에 대한 리스크를 키우고 있다. 가장 큰 위험 요인은 매매가와 전세가의 동반하락이다. 주택에 대한 소액 투자가 활발하게 일어나고 있는 곳은 비교적 집값이 저렴한 서울 외곽지역이나 수도권이다. 상대적으로 전세가율이 높은데다 매매가와 전세가의 절대 가격 차이도 적은 탓이다.

문제는 하락 장세가 본격화할 경우다. 외곽지역의 경우 하락 장에서는 가격은 물론 거래 자체가 더 위축될 수 밖에 없다. 하락장에서 집을 판다는 것은 시세 이하의 급매물이 아닌 한 결코 만만치 않은 일이다. 손절매를 하고 싶어도 하지 못하는 상황을 맞을 수 있다는 것이다.

더욱이 수도권 외곽지역은 하반기 중 대규모 입주가 예정돼 있다. 단기간 입주 폭탄은 주변 시장에 큰 폭의 전세가 하락을 몰고 올 가능성이 높다. 자칫 투자자로서는 시세차익은 고사하고 내 돈으로 떨어진 전세보증금을 물어주는 상황에 처할 수 있다. 그나마 여윳돈이 있으면 모를까, 소액 투자라는 말해 혹해 갭 투자에 나섰던 경우라면 자칫 빚더미에 앉거나 개인파산을 각오해야 할지도 모를 일이다.

아무런 리스크 없이 높은 수익률을 보장하는 상품은 없다. 이것이 투자의 본질이다. /건설부동산부문 선임기자 dhchung@sedaily.com

정두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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