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한미 정상, 대북 '레드라인'코드 맞추라

정치부 민병권 차장

민병권 정치부 차장민병권 정치부 차장


함부르크=민병권 정치부 차장

북핵 및 미사일 문제를 풀기 위한 문재인 대통령의 정상외교가 연달아 성과를 냈다. 지난달 말 미국 워싱턴 DC에서 치른 한미 정상회담에 이어 지난 5일부터 4박 일정으로 이어진 독일 방문 기간에는 주요 19개국(한국 제외) 정상들로부터 한반도 평화 정착을 위한 우리 정부의 주도적 노력에 대해 지지를 얻었다.


특히 매파적 입장이 강했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대북 문제에 대해 굳건한 신뢰를 쌓은 점이 가장 큰 성과로 평가된다. 일각에서는 북한과의 대화를 강조했던 문 대통령이 제재 강화론을 꺼내어 미국 측 강경론에 백기를 든 것이나 다름없다는 비판이 나오기도 한다. 그러나 실제로는 한국보다는 미국 정부의 기조 변화가 더 컸다. 미국 정부 내 매파의 주축인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은 6일 대북 해법에 대해 “외교는 실패하지 않았다”며 군사적 대응을 배제한 채 외교 및 경제적 압박을 시사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평화적 방법을 통한 한반도 비핵화를 공개 지지했다. 올해 4월 우리나라의 대통령선거 직전까지만 해도 미국 정부와 정계의 매파 내에 선제 북폭론이 고조됐던 점을 감안하면 미국 정부로서도 크게 양보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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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과제는 한미 양국 정상이 큰 틀에서 합의한 대북 정책을 실효성 있게 실천하는 일이다. 북한이 더 이상 도발에 나서지 못하게끔 쐐기를 박아야 한다. 문 대통령은 이와 관련해 ‘레드라인(한계선)’을 밟지 말 것을 북측에 최근 경고했다. 그런데 정작 레드라인이 무엇인지 청와대와 정부 고위관계자들도 정의하지 못하고 있다. 기존 정부에도 레드라인은 있었지만 개념이 굉장히 모호했고 그중 일부 레드라인은 이미 북한이 넘어서서 의미를 상실했다. 따라서 이 레드라인의 개념을 빨리 잡고 이를 넘을 시 어떤 대가를 치르게 될지 구체화하는 게 시급하다.

청와대의 한 고위관계자는 레드라인에 대해서는 “한미가 상의해야 할 일”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이달 6일 북한 문제에 대해 “레드라인을 긋지 않겠다”고 천명했다. 레드라인이 없다면 언제 어떻게 다시 선제 북폭 카드가 전면에 나올지 알 수 없게 된다. 따라서 문재인 정부는 레드라인 문제에 대해 시급히 트럼프 정부와 고위-실무급 채널로 협의해 코드를 서로 맞춰야 한다. 특히 북한이 6차 핵실험을 단행해 핵무기를 한층 소형화하거나 대륙 간 사거리를 가진 탄도미사일 시험을 통해 탄두의 대기권 재진입 기술을 확보하고 잠수함에서 탄도탄을 쏠 수 있는 콜드론칭 기술을 완성한다면 한반도는 물론 미국 본토가 위협 받는 상황이 된다. 미국 본토가 위협 받는 상황에서는 우리가 미국의 선제공격론을 제지할 명분도 약해지므로 해당 기준점을 레드라인으로 삼아 북한이 자멸을 선택하지 않도록 경계선으로 삼을 필요가 있다.

newsroom@sedaily.com`

민병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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