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바이오로직스가 연말로 예정된 3공장 준공을 앞두고 공격적인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창사 이래 처음으로 자회사 삼성바이오에피스를 고객사로 유치해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 복제약)를 제품군에 추가하고 바이오의약품 위탁개발로 사업 영역을 넓히는 등 글로벌 바이오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한 본격적인 담금질에 돌입했다는 평가다.
9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내년 하반기부터 삼성바이오에피스의 바이오시밀러 ‘플릭사비’와 ‘베네팔리’의 위탁 생산에 들어간다. 그간 다국적 제약사의 오리지널 바이오의약품만 생산해온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삼성바이오에피스의 제품을 생산하는 것과 바이오시밀러를 제품군에 추가하는 것은 2011년 창사 이래 처음이다.
‘플릭사비’는 삼성바이오에피스가 셀트리온(068270)의 ‘램시마’에 이어 세계 두 번째로 상용화에 성공한 자가면역질환 치료제다. 오리지널 의약품인 얀센의 ‘레미케이드’는 지난해 매출 78억2,900만달러(약 9조230억원)를 기록해 전체 글로벌 의약품 매출 순위 5위를 차지했다. ‘베네팔리’는 화이자의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엔브렐’의 세계 첫 바이오시밀러다. 엔브렐은 지난해 88억7,400만달러(약 10조2,300억원) 어치가 팔려 매출액 3위에 이름을 올렸다.
삼성바이오에피스가 당초 예상보다 일찍 삼성바이오로직스에 제품 생산을 맡기는 것은 여러 공장으로 생산라인을 분산해 안정적인 공급망을 확보하는 한편 향후 급증할 수요에 대비해 생산 능력을 확충하기 위해서다. 지금까지 삼성바이오에피스는 합작사 바이오젠의 덴마크 공장에서 바이오시밀러를 생산한 뒤 글로벌 시장에 판매하고 있다.
바이오의약품 위탁개발 사업도 가속도가 붙고 있다. 위탁생산(CMO)이 고객사가 제시한 생산 공정을 그대로 구현하고 생산만 대행하는 방식이라면, 위탁개발(CDO)은 임상시험 전 단계의 바이오 신약을 대량으로 생산할 수 있는 생산공정까지 설계해주는 것을 말한다. 업계에서는 CMO 사업으로 출발한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불과 6년 만에 CDO 사업까지 진출한다는 점에서 이례적이라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김태한 삼성바이오로직스 사장은 지난달 미국 샌디에이고에서 열린 바이오 전시회 ‘바이오 USA’에서 “2020년 글로벌 1위 CMO 기업이 되려면 CDO 시장 진출은 필수적”이라며 “이미 필요한 인력을 확충하고 다수의 글로벌 바이오기업과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주력인 CMO 사업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지난 4일 인도 1위 제약사이자 세계 4위 복제약 전문기업인 선파마글로벌과 5,500만 달러 규모의 바이오의약품 신약 위탁생산 계약을 체결했다. 바이오 시장에 처음 진출하는 선파마글로벌이 글로벌 CMO 시장에서 선두를 다투는 론자와 베링거잉겔하임 대신 삼성바이오로직스를 협력사로 낙점했다점에서 삼성이 바이오 경쟁력을 글로벌 무대에서 인정받은 신호탄이라는 분석이다.
숙원사업인 3공장 건설도 차질 없이 진행되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구속과 삼성바이오로직스 편법 상장 논란으로 올해 말로 예정된 3공장 준공이 연기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있었지만 현재 공정률 80%를 넘으며 연내 준공이 무난할 전망이다. 18만ℓ 생산능력을 갖춘 3공장이 준공되면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이미 가동 중인 1공장(3만ℓ) )과 2공장(15만ℓ)을 합쳐 연간 36ℓ의 바이오의약품을 생산하는 글로벌 1위 CMO 기업으로 올라선다.
업계 관계자는 “기존 고객사인 글로벌 바이오기업을 의식해 삼성바이오에피스와 거리를 뒀던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본격적으로 삼성바이오에피스 제품을 생산하는 것은 그만큼 바이오 경쟁력을 확신한다는 의미”이라며 “앞으로 CMO와 CDO를 아우르는 이른바 ‘투 트랙 전략’이 본격적으로 가동되면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실적도 가파르게 개선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