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부 최윤희(40)씨는 최근 차량 뒷유리창에 ‘Baby in car(아이가 타고 있어요)’ 스티커를 붙였다. 11개월 된 딸을 차에 태우고 다니는 일이 잦아지면서 고민 끝에 내린 결정이었다. 하지만 기대와 달리 도로 위 세계는 냉혹했다. 출발이 늦다고 경적을 눌러대거나 끼어들기를 하는 차량 때문에 매번 진땀을 빼야 했다. 운전경력 7년차인 최씨는 “스티커를 붙였다가 오히려 난폭운전자의 표적이 되는 느낌이었다”며 “며칠 만에 다시 스티커를 뗐다”고 털어놓았다.
외국에서 시작된 ‘Baby in car’ 스티커는 사고 발생 시 아이를 먼저 구조해달라는 당부와 함께 양보나 배려를 부탁하는 의미도 담겨 있다. 하지만 아직 한국 운전자의 의식이 이에 미치지 못한다는 평가가 나온다.
‘초보운전’ 스티커를 붙인 운전자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정속 주행하는데도 뒤에서 추격하듯 바짝 따라붙어 경적을 울리거나 상향등을 켜고 위협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일부 운전자는 스티커 부착 차량 운전자에 대해 부정적인 반응을 드러내기도 한다. 15년 경력의 택시 운전기사 한병모(52)씨는 “한창 바쁜 시간에 1차선에서 느림보 주행하는 차를 보면 공통적으로 스티커가 붙어 있다”며 “스티커가 붙은 차량은 특히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초보운전 스티커를 붙인 차량을 타고 난폭운전을 하거나 담배꽁초를 밖으로 버리는 일반 운전자들 때문에 ‘민폐 스티커’로 전락했다는 평가도 있다.
초보운전 스티커 부착 차량이 교통사고를 유발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하지만 정작 교통사고를 가장 많이 내는 운전자는 초보가 아닌 운전경력 15년 이상의 운전자들이었다. 도로교통공단에 따르면 면허를 취득한 지 15년 이상 된 운전자가 가해 차량인 사고는 연평균 10만2,599건으로 전체의 46%를 차지했다. 이들의 교통 사망사고도 전체의 47%에 달했다. 반면 면허를 딴 지 1년이 채 안 된 운전자가 낸 교통사고는 전체 사고의 4%에 불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