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패스트푸드점 손님 뚝 … 공포가 된 ‘햄버거’

몇몇 어른들만 간간이 있을 뿐

어린이·청소년은 보기 힘들어

수제 햄버거 가계들도 한산

“장기화 땐 문 닫아야 할지도”

9일 서울시청 인근에 있는 한 패스트푸드 매장이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일명 ‘햄버거 병’ 파문이 확산되면서 햄버거 매장을 찾는 고객이 눈에 띄게 줄어들고 있다. /송은석기자9일 서울시청 인근에 있는 한 패스트푸드 매장이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일명 ‘햄버거 병’ 파문이 확산되면서 햄버거 매장을 찾는 고객이 눈에 띄게 줄어들고 있다. /송은석기자




지난 8일 오전11시께 경기도 일산의 한 쇼핑몰에 자리한 패스트푸드점. 평소 주말이면 가족 단위 쇼핑객이 몰려 발 디딜 틈 없는 곳이다. 하지만 이날 매장은 평일보다 한산했다. 부모와 함께 온 어린이는 물론이거니와 청소년 고객도 찾아보기 힘들었다. 몇몇 어른들만 간간이 눈에 띌 뿐이었다. 매장 주변에서는 햄버거를 먹고 싶다는 아이와 이를 말리는 부모의 실랑이가 간간이 목격되기도 했다. 가족들과 함께 쇼핑몰을 찾은 박상미(43·가명)씨는 “얼마 전 발생한 ‘햄버거병 사건’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며 “8살짜리 아들이 햄버거를 사달라고 졸랐지만 오늘은 돈까스를 먹자고 설득했다”고 말했다.


햄버거병으로 알려진 용혈성요독증후군(HUG)의 공포가 퍼지면서 햄버거 등을 판매하는 패스트푸드점이 직격탄을 맞고 있다. 성인 고객은 크게 개의치 않고 햄버거를 찾고 있지만 부모와 함께 매장을 찾는 어린이와 청소년은 완전히 사라지다시피 했다. 햄버거병 발병 원인이 다양하기 때문에 정확한 원인을 밝혀내기까지 시간이 걸린다면 이 같은 현상이 장기화할 가능성도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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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소비자층은 단연 아이를 둔 부모다. 의왕에 사는 한 40대 주부는 “일요일에는 늦잠을 자고 온 가족이 집 근처 햄버거 가게에서 브런치로 햄버거를 즐기곤 했지만 이제는 집에서 먹기로 했다”고 전했다. 또 다른 30대 주부 역시 “아이들에게 햄버거병에 걸린 아이의 사진을 보여줬다”며 “정확한 감염 경로가 밝혀지고 대책이 나오기 전에는 아이들에게 햄버거를 먹일 생각이 전혀 없다”고 잘라 말했다. 프랜차이즈 패스트푸드점뿐만 아니라 수제 햄버거 가게들에도 고객의 발길이 뚝 끊겼다. 서울 종로의 한 수제 햄버거 가게 관계자는 “비가 내린 날씨 탓도 있겠지만 평소 주말보다 손님이 절반가량 줄었다”며 “이런 상황이 장기간 이어지면 가게 문을 닫아야 할지도 모르겠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햄버거병이 알려진 것은 지난해 9월 경기 평택시의 한 맥도날드 매장에서 불고기버거를 먹은 A양(4)이 HUS 진단을 받은 것이 발단이 됐다. A양은 신장의 90%가량이 손상돼 하루 10시간씩 복막투석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피해자 가족은 5일 “고기 패티가 덜 익어서 병에 걸렸다”며 맥도날드 한국지사를 검찰에 고소했다.

이두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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