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불을 땐 건 일본 현지 언론들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최근 “SK하이닉스의 의결권 요구 등 한미일연합 내부적으로 인수 조건에 대한 이견이 드러났다”면서 도시바와 한미일연합이 끝까지 합의점을 찾지 못할 경우 우선협상대상자가 바뀔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신문은 “한미일연합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한 결정에 법적 구속력이 없다”는 일본산업혁신기구 간부의 발언까지 인용하며 좌초 가능성을 최대한 부각하는 모양새다.
SK하이닉스 등 한미일연합은 지난달 21일 도시바 메모리 사업 매각의 우선협상자로 선정됐지만 SK하이닉스의 의결권 요구와 웨스턴디지털의 매각 반대로 막판 협상이 난항을 겪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일본 정부는 산업혁신기구 등 일본 세력이 중심인 한미일연합이 도시바 메모리를 인수할 경우 반도체 기술의 해외 유출을 막을 수 있다고 보고 연합을 지원해왔다. 하지만 SK하이닉스가 의결권을 행사하게 된다면 상황은 달라질 수밖에 없다고 보고 있다.
분위기가 심상찮게 돌아가자 이번 인수전을 사실상 주도하고 있는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은 지난 7일 직접 일본을 찾아 한미일연합 관계자들과 도시바 메모리 인수 조건에 대한 물밑 교섭을 벌였다.
이런 와중에 웨스턴디지털이 제기한 소송도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미 캘리포니아주 법원은 오는 14일(현지시간) 웨스턴디지털의 도시바 메모리 매각 중지 요청에 대한 첫 심문을 벌인다. 이르면 이날 중 판결이 나와 한미일연합과 도시바 간 협상에 영향을 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SK 측의 한 관계자는 이런 우려와 관련해 “우리가 요구하는 의결권 지분 등에 대해서는 여러 쟁점과 난관이 있으나 이를 풀기 위해 노력 중”이라면서 “최종 딜까지 잘 진행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윤홍우·변재현기자 seoulbird@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