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A대 2학년 김기범(23) 학생은 지난달 기말고사 기간에도 공무원 시험에만 열중했다. 김씨는 “서른 살을 앞둔 형들도 학교에 남아 공시(공무원 시험) 준비만 하고 있다”며 “학점은 대충만 해도 B학점 정도는 받을 수 있고 어차피 일반 기업에 갈 것이 아니기 때문에 학점 관리나 스펙 쌓기는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지방 한 전문대의 B교수는 요즘 기업을 만날 때면 자신을 ‘취업 브로커’로 소개한다. B교수는 “대학 총장부터 앞장서 취업률을 올리라고 매일같이 압박을 하다 보니 마치 보험사 직원처럼 기업들이 많이 모인 빌딩을 무작정 찾아다니고는 한다”며 “본업인 강의와 연구보다 취업 실적이 좋은 교수가 인정받는 분위기가 팽배하다”고 씁쓸해했다.
청년 취업난의 직격탄을 맞고 있는 지방 대학과 지역 중소기업들이 동반 성장할 수 있는 대책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어느 때보다 강하게 나오고 있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대학이 함께 ‘패키지’ 지원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다. 경기도 의정부에 있는 한 대학에 재학 중인 김모(22)씨는 “서울 시내 외의 지방 대학생은 어차피 대기업은 넘볼 수도 없고 괜찮은 중소기업도 취업이 어렵다는 인식이 팽배해 1학년 때부터 공무원 준비만 하는 학생이 갈수록 늘고 있다”며 “대학 도서관에서 공무원과 관련된 책은 모두 예약대기 상태라 빌려 보기도 어려운 지경이 됐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부산에 있는 한국해양대의 관계자도 “그동안 매년 56%의 취업률을 기록하며 부산·경남권에서는 가장 높았지만 지난해는 7.4%포인트나 떨어질 정도로 상황이 심각해졌다”며 “겨우 지역 중소기업을 선별해 취업시키면 학부모들에게 왜 우리 아이를 그런 곳에 보냈느냐는 항의전화가 하루가 멀다 하고 온다”고 하소연했다.
실제로 서울경제신문이 집계한 결과 지역균형선발제 도입 등으로 비교적 취업 형편이 나은 부산대·경북대·전남대 등 9개 지방 국립대의 취업률 역시 서울 소재 대학의 평균 취업률보다 8%포인트 낮은 58%에 불과했다. 특히 지방 거점 국립대의 여학생 평균 취업률은 53%로 취업에 가장 취약한 집단에 속했다. 서울 30개 대학의 평균 취업률은 65.9%였다.
사정은 이렇지만 지역 기업과 대학을 겨냥한 대책은 별다를 것이 없는 실정이다. 그나마 산업통상자원부에서 지역 청년과 중소기업을 이어주기 위해 ‘희망이음제도’를 운영하고 있지만 중소기업 취업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는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실제로 이 사업에는 5년간 2,000여개 우수 지역 기업, 5만여명의 학생이 참가했지만 취업으로 이어진 경우는 171명에 그쳤다. 전문가들은 정부·지자체·대학이 함께 손을 잡고 문제를 풀어나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지역의 우수한 고교 졸업생을 대상으로 지역 대학 입학시 등록금과 생활비, 지역 내 일자리 좋은 일자리 제공 등의 패키지 지원을 하는 방식이 대표적이다. 산학협력대학의 한 관계자는 “대학은 지역의 우수 인재 유치를 위해 각종 장학금은 물론 우수 기업을 발굴하고 지자체에서는 대학에서 지원하는 장학금에 비례해 매칭 펀드를 제공하는 방식이 필요하다”며 “우수 기업은 장학생들에게 학기 중 인턴십을 제공하고 졸업과 동시에 정규직으로 채용하면 지역 인재의 유출을 막는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박진용·백주연기자 yongs@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