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바이오

합성서 바이오로...의약품시장 중심 이동

개발비 비싼 단점 있지만 만성·희귀 질환에 효능 탁월

글로벌 매출 '톱 10' 중 8개 차지할 정도로 비중 늘어

국내 시장서도 강세 뚜렷...올 수출 첫 1조 시대 열듯



# 코스닥 상장 1호 바이오 기업 메디포스트(078160)는 퇴행성 관절염 치료제 ‘카티스템’을 2012년 출시했다. 세계 최초로 개발된 동종 줄기세포 치료제이자 관절염 환자의 연골 결손을 근본적으로 치료해주는 신약이었다. 그러나 환자들은 여전히 인공관절이나 합성의약품을 이용했다. 약값 등 1,000만원 안팎에 이르는 치료비도 부담이었지만 생소한 바이오의약품에 대한 거부감도 커 출시 2년 동안 1,000건 판매에 그쳤다. 그러다 입소문을 타면서 지난해 1,770건이 판매되는 등 지난 1월까지 누적 판매량 5,000건을 넘었다.

# 셀트리온(068270)의 간판 제품인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 복제약) ‘램시마’는 2년의 개발기간 이후 유럽 판매를 위해 추가로 3년이 더 걸렸다. 세계 최초로 개발된 항체 바이오시밀러인 탓에 임상시험을 성공적으로 마쳤지만 효능을 의심하는 사람은 여전히 많았다. 그러나 2012년 2월 첫 판매 후 출시 2년 만에 점유율 40%를 기록했고 지난해 10월 국내 단일 의약품 최초로 누적 수출액 1조원을 달성했다. 판매망은 전세계 80개국으로 넓어졌고 올해 미국까지 진출하면 연매출 1조원도 가능할 것으로 기대한다.


글로벌 의약품 시장의 무게중심이 합성의약품에서 바이오의약품으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 지난 1897년 ‘아스피린’ 탄생 이후 120년 동안 의약품 시장을 호령했던 합성의약품의 성장세가 한풀 꺾이고 향후 3년 내에 바이오의약품이 전체 의약품 시장의 30%까지 올라가 중장기적으로는 합성의약품을 앞설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온다.

1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국내외 기업이 잇따라 바이오신약 개발에 뛰어들면서 바이오의약품 전성시대가 성큼 다가왔다. 글로벌 제약사가 일제히 바이오 신약 출시에 총력전을 펼치는 가운데 기존 합성의약품 제조사들과 제조업체들도 신사업으로 바이오의약품에 눈을 돌리고 있다. 선두 업체인 셀트리온·삼성바이오에피스·메디톡스(086900) 등은 잇따라 신제품 개발에 성공하며 글로벌의 주목을 받는 대표 기업으로 부상했다.


바이오의약품은 글로벌 의약품 매출 순위에서 상위 10개 중 8개를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높아졌다. 글로벌 매출 1위인 애브비의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휴미라’는 지난해 160억7,800만달러(약 18조4,500억원)의 매출을 올렸고 이는 국내 의약품 시장 전체 규모인 19조원에 맞먹는다. 9위를 차지한 사노피의 당뇨병 치료제 ‘란투스’도 지난해 7조원이 팔렸다. 이 같은 추세가 이어지면서 “바이오의약품이 의약품 매출액 상위권을 모두 차지할 것”이라는 관측까지 나온다.

관련기사



바이오의약품은 사람이나 동물의 생체 성분으로 만든다. 화학 성분을 합성한 합성의약품에 비해 개발비와 생산비가 많이 든다. 제조 공정도 까다롭다. 그러나 부작용이 적고 만성 및 희귀 질환에 효능이 뛰어나다. 1세대인 인슐린이나 백신으로 시작해 최근에는 항체 바이오의약품으로 발전하면서 항암제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국내 시장도 바이오의약품의 강세가 뚜렷하다. 현재 비중은 10% 수준이지만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의약품 임상시험 승인 현황을 보면 합성의약품은 2013년 435건에서 지난해 387건으로 감소한 반면 바이오의약품은 같은 기간 155건에서 226건으로 껑충 뛰었다. 바이오의약품 수출액도 지난해 9,585억원을 기록해 올해 사상 처음 1조원 시대를 열 것으로 전망된다.

물론 아직 넘어야 할 산도 많다. 우선 복제약이 아닌 바이오의약품 신약으로 발전해야 가야 한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한국 바이오 산업의 짧은 역사와 그동안 이룬 성과를 감안하면 신약 분야에서도 중장기적으로 성과를 내고 글로벌 시장을 주도할 수 있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일부에서는 세계 최고의 바이오시밀러 기술력을 기반으로 상대적으로 진입 장벽이 낮고 부가가치는 높은 바이오베터에 주목할 것을 제안한다. 기존 바이오의약품의 효능을 개선한 바이오베터는 오리지널보다 2~3배 이상 비싸게 팔 수 있다. 다만 오리지널에 비해 약효와 편의성이 뛰어나다는 점을 입증해야 하는 만큼 기술력이 뒷받침돼야 한다.

이승규 한국바이오협회 부회장은 “바이오의약품 후발주자로 출발한 국내 기업들이 연달아 글로벌 무대에서 성과를 내면서 한국의 바이오 기술력은 세계 4위권 수준으로 평가 받는다”며 “글로벌 의약품 시장의 주류로 부상한 바이오의약품 시장을 주도하려면 실패하더라도 포기하지 않는 꾸준한 투자와 체계적인 연구개발 인력 육성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셀트리온 ‘램시마’.셀트리온 ‘램시마’.


삼성바이오에피스 ‘베네팔리’.삼성바이오에피스 ‘베네팔리’.


이지성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