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정책·제도

"6·19대책 벌써 약발끝" 정부, 추가카드 꺼내나

발표 3주 만에 다시 집값 오름세 확산

청약요건·양도세 비과세 강화 거론속

전월세상한제 등 고강도대책 가능성도

1115A04 부동산대책


정부가 6·19부동산대책에 이어 투기세력에 대한 2차 메시지를 내놓을지 주목된다. 6·19대책 발표 직후 잠시 위축됐던 부동산 시장의 오름세가 확대될 조짐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앞서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취임식에서 6·19대책을 투기세력에 보내는 1차 메시지라고 밝힌 만큼 후속 대책이 나오는 것은 ‘시기’와 ‘강도’의 문제일 뿐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당장 가시화할 대책으로는 김 장관이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밝힌 ‘청약 1순위 요건 강화’와 ‘청약가점제 비율 확대’가 꼽힌다. 지난해 11·3대책에 이어 6·19대책에서 청약 관련 규제를 강화했음에도 서울에서 신규 분양하는 아파트마다 청약 수요가 몰리는 현상이 나타난 데 따른 조치로 분석된다. 지난달 28일 1순위 청약을 받은 서울 은평구 ‘DMC 롯데캐슬 더퍼스트’는 평균 경쟁률 38대1로 올해 서울 민간분양 아파트 중 가장 높은 청약률을 기록했을 정도다.


청약제도 개선은 국토부령인 ‘주택공급에 관한 규칙’만 개정하면 되기 때문에 이르면 이달 내에도 발표될 수 있다. 박근혜 정부가 지난 2014년 9·1대책에서 청약 1순위 획득 소요기간을 수도권은 2년에서 1년으로, 지방은 1년에서 6개월로 완화했는데 이를 환원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투자 목적으로 전세를 끼고 아파트를 사는 일명 ‘갭(gap)투자’ 수요를 억제하기 위해 ‘양도세 비과세 거주요건 강화’도 테이블 위에 올라갈 것으로 보인다. 현재는 실거주 여부와 무관하게 주택 보유기간이 2년 이상이면 양도세가 감면되지만 2년 이상 거주해야 비과세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바꾸는 것이다. 정부 규제가 줄곧 신규 아파트 시장에만 초점을 두면서 갭투자가 여전히 기승을 부리고 있는 시장 상황과도 무관하지 않다.


‘주택거래신고제’의 부활도 점쳐지고 있다. 김 장관이 취임식에서 강남4구에서 29세 이하의 주택거래량이 지난해와 비교해 가장 두드러지게 증가했다며 편법거래 의혹을 제기한 점에서 재도입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주택거래신고지역으로 지정된 곳의 주택을 사고팔 때 15일 안에 관할 시·군·구에 실거래가격, 주택구입자금 조달계획 등을 신고해야 하는 제도다. 자금 출처가 불명확할 때는 주택 구입이 어려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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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거래신고제는 참여정부 시절인 2003년 10·29부동산대책 때 도입됐다가 2012년 강남·서초·송파 등 강남3구가 주택거래신고지역에서 해제된 뒤 2015년 주택법에서 관련 규정이 삭제되며 폐기돼 재도입을 위해서는 법을 개정해야 한다.

분양시장의 과열을 잠재우기 위한 조치로 ‘분양가상한제’의 필요성도 거론되고 있다. 5일 전 주택형이 1순위 마감된 서울 용산구의 ‘용산 센트럴파크 해링턴 스퀘어’는 일부 평형이 3.3㎡당 분양가가 4,000만원을 넘겼고 올해 하반기부터 강남 지역의 아파트 분양이 줄줄이 예정돼 있어 분양가 고공행진 조짐을 보이기 때문이다. 청담삼익아파트 재건축단지의 경우 일반분양가 3.3㎡(평)당 5,000만원을 넘어설 것으로 조합 측에서는 전망하고 있다. 종전 최고 분양가 아파트는 지난해 1월 GS건설이 서울 잠원동에서 공급한 신반포자이로 3.3㎡당 평균 4,290만원이었다.

이밖에 지난 대책에서 검토됐다가 빠진 투기과열지구 지정이나 김 장관이 전월세상한제 최우선 정책과제로 꼽는 전월세상한제 등도 도입될 수 있는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일각에서는 6·19대책이 발표 3주 만에 집값 오름세가 다시 확대되는 등 ‘물대책’에 불과해 오히려 시장의 내성만 키우고 있어 보다 강력한 규제가 나오지 않는 이상은 효과를 보기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문재인 정부는 예상할 수 있는 모든 방안을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후속 대책을 검토할 것”이라면서도 “다만 냉정하게 말해 역대 정부의 부동산 대책이 효과를 낸 적이 없었던 만큼 실효성이 있을 것으로 기대하기는 어려워 보인다”고 지적했다. 반면 하반기 금리 인상 및 8월 정부의 가계부채 대책, 수도권 아파트 입주물량 증가 등 부동산 시장이 자체적으로 조정을 받을 변수들이 있기 때문에 이에 따른 시장 상황까지 정부가 지켜본 후 후속 대책에 착수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노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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