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발언대] 세계적인 물류기업으로 가는 길

이삼열 연세대 행정학과 교수





4차 산업혁명이라는 이름으로 자동화와 인공지능이 사회경제를 획기적으로 바꾸어 놓을 것이라는 예측이 많이 있지만 어떤 혁명이 오든 물류산업은 변함없이 성장할 것이라고 예측된다. 3D 프린터가 실용화되면 물류혁명이 일어날 것이라고 예측했지만 아직 3D 프린터는 본격적인 궤도에 들어서지 못한 상태이다. 오히려 전자상거래가 늘어나면서 전 세계적으로 물류산업이 성장하고 있고,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예측된다.


이렇게 성장하는 물류산업의 한가운데 각 국의 우정기관이 큰 역할을 하고 있다. 과거 통신과 전기처럼 국가가 독점적으로 제공하던 각 국의 우편서비스는 ’90년대 들어 공사형태로 전환되었고 현재는 민영화가 이루어졌거나 진행 중이다. 갈수록 우편서비스의 수익률이 떨어지고 민간 물류회사와의 치열한 경쟁을 이겨내기 위해서 변신하고 있는 중이다. 네덜란드 우정기관인 PostNL은 전통적인 서신과 소포 위주에서 벗어나 가정 곳곳에 유기농 신선식품, 유명 레스토랑 음식 등을 배달하는 식료품 물류업체로 거듭나고 있으며, 일본 유초은행과 중국 우정저축은행은 전 세계 100대 은행 중 각각 10위와 24위를 차지하고 있다. 호주우정 (Australia Post)은 중동 최대의 물류업체인 아라멕스와 손잡고 아태지역과 중동을 거점으로 글로벌 전자상거래 시장진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러한 세계적 추세와는 달리 우리나라는 우정사업본부가 우편, 예금, 보험 사업을 제공하고 있다. 우정사업본부는 미래부 산하의 조직으로 3,500여개의 우체국, 4만2천여 명의 직원으로 농어촌 곳곳까지 편지와 소포, 서민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러한 서비스 매출과 약 110조원의 금융자산 운영수익으로 직원들 인건비와 사업비 등을 충당하고 있는 대표적인 정부기업이다.


하지만 최근 SNS 등 대체통신의 발달로 통상우편 매출액이 급감하여 6년 연속 우편사업은 수백억 원 규모의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 예금 등에서 발생하는 이익으로 이를 매우고 있지만 우정사업본부의 뼈를 깎는 비용절감, 물류혁신 등 경영합리화 조치가 선행되어야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이러한 경영합리화 조치를 효율적으로 이루어내기 위해서는 의사결정구조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 급변하는 환경변화에 발빠르게 대응할 수 있도록 책임경영, 공공성과 기업성 간 균형을 맞춘 사업추진, 유연하고 탄력적인 조직운영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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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 추세와 맞춰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우정사업본부를 공사로 전환하거나 민영화를 추진해야 하지만 이러한 체제전환에는 많은 시간과 준비가 필요하다. 따라서 공사 전환이나 민영화를 위한 효과적인 준비를 위해 외청과 같은 독립기관으로 전환하여 책임경영을 강화하는 것을 고려할 수 있다.

이러한 변화는 기존의 많은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발판을 제공할 수 있다. 조직이 보다 큰 자율성을 지니기 때문에 향후 공사로의 전환이나 민영화를 위한 사전준비에 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 경영의 성과에 대한 책임도 확실히 물을 수 있기 때문에 책임성도 확보할 수 있다.

새 정부는 정권 초기에 정부 조직을 대규모로 개편하는 것으로 줄이고 소규모 개편을 지향하고 있다. 하지만 우정사업본부를 독립 책임경영기관으로 변환하는 것은 ‘우정사업’이 서서히 침몰하는 것을 막고 이를 오히려 세계적인 물류기업으로 키워낼 수 있는 혁신을 시작하는 것이기 때문에 기존 부처의 기능을 조정하는 정부구조 개편과는 큰 관련이 없다. 오히려 정부개편의 논리 때문에 이러한 개혁이 늦어지면 늦어질수록 우정사업의 경쟁력은 지속적으로 약화될 우려가 높기 때문에 신속한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다.

133년의 유구한 우정역사 속에서 국민과 함께 발전해 온 한국우정이 세계적인 물류기업으로 거듭나고 국민경제와 사회적 안전망으로 이바지 할 수 있도록 새로운 도약점을 마련해야 할 때이다. 그 첫 번째 단추는 무엇보다도 ‘우정청’으로 변화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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