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슬림은 테러리스트다.”
지난달 본지가 ‘S 리포트-이슬람을 다시 본다’ 기획기사를 내보내자 해당 뉴스에 달린 댓글이다. 무슬림에 대한 상당수 국민의 시각이 어떠한지를 여실히 보여주는 반응이다. 이슬람교도에 대해 이처럼 우리 국민의 인식이 좋지 않은 이유는 미디어의 영향이 크다. 연일 쏟아져 나오는 서구 국가에서의 테러 뉴스를 접하다보니 ‘무슬림은 테러리스트’라는 인식이 뇌리에 박히게 된 것으로 보인다.
미국 역시 상황은 다르지 않다. 기자는 지난달 미국 애리조나주 피닉스에서 열린 ‘전미탐사보도협회(IRE) 컨퍼런스’ 과정중 ‘미국 무슬림에 대한 보도’ 세션에 참석한 바 있다. 이날 세션에서 패널로 나온 무슬림 출신 미국인 저널리스트들은 “9·11사태 이후 미국 내에서 무슬림에 대한 인식이 심각하게 악화됐다”며 “2005년까지는 무슬림과 관련 테러 이외의 뉴스는 제작하기도 어려운 실정이었고 이후에도 현재까지 무슬림과 관련해선 테러 위주의 뉴스 보도가 압도적이어서 무슬림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확산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 지역신문과 방송 기자들은 이러한 부작용을 해소하기 위해 얼마 전부터 대안 보도를 상당수 내보내고 있다. 무슬림의 선행 등 미담기사를 발굴했고 무슬림의 인간적인 면모를 담아 다큐멘터리 방송을 하기도 했다. 애리조나 지역신문인 애리조나 리퍼블릭의 다이애나 나네즈 기자는 “내가 만나본 평범한 무슬림들에게서 테러리스트의 모습을 찾아보긴 어려웠다”며 “누구보다 부지런하게 지역 공동체의 한 명으로 살고 있는 이들의 모습을 알리려고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본지의 기획 역시 마찬가지였다. 우리 사회에서 평범하게 살고 있는 친구 무슬림의 모습을 보여주고자 했다. 국내에 체류하는 일부 무슬림은 기사가 나간 뒤 ‘댓글에 상처를 받았지만 기사를 써줘서 고맙다’고 전하기도 했다.
우리는 과거부터 무슬림과 평화적으로 살아온 민족이다. 신라 시대에는 과거 아랍상인들이 대거 거주하는 집단 거주지까지 있었던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 영향인지 이슬람 국가들은 한국에 대해 상당히 우호적이다. 미국이 적대 국가로 삼는 이란만 해도 한국인에 대해서는 상당히 긍정적인 시각을 갖고 있다.
무슬림과 갈등의 역사를 갖고 있지 않은 우리나라에서 굳이 반무슬림 정책을 취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정부가 최근 중국 관광객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무슬림 관광객을 적극 유치하고 있는 것도 이를 잘 보여주고 있지 않은가. 우리 경제에서 이슬람권의 중요성이 커져가고 있는 만큼 우리 국민들도 무슬림에 대한 오해의 벽을 깨뜨릴 수 있는 의식 전환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무슬림에 대한 미디어의 보도가 테러 위주에서 벗어나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 기사는 한국언론진흥재단에서 주관한 ‘KPF 탐사보도 디플로마’ 과정의 하나로 작성했습니다. /kdhyo@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