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이희옥칼럼] 한국외교의 고차방정식

성균관대 중국연구소장·정치외교학과 교수·서경 펠로

북핵문제 우선순위 둔 트럼프

'중국식 해법' 밀고가는 시진핑

편승·균형외교 어려워진 상황

韓中관계 정립 방향 결정해야

이희옥 성균관대 성균중국연구소장.




문재인 대통령이 숨 가쁘게 양자와 다자외교 무대에서 데뷔전을 치렀다. 한반도 문제에 대해 대화를 통한 해법, 주도적 해결원칙을 제시하고 국제사회의 동의를 구했다는 점에서 성공적이었다. 여기에는 한국 민주주의의 역동성, 대통령 개인의 리더십 스타일, 섬세한 공공외교도 한몫했다. 그러나 한반도를 둘러싼 안보환경이 생각보다 녹록지 않다는 점도 새삼 확인했을 것이다.

무엇보다 한반도 판이 새롭게 재편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북핵 문제를 외교정책의 우선순위에 올려놓았고 시진핑 중국 주석도 ‘중국식 해법’에서 후퇴하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했다. 러시아도 단계적 해결방안을 가지고 한반도 문제에 뛰어들었고 일본도 미국과의 정책 싱크로(동조)율을 높이고 있다. 한편 북한은 의표를 찌르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쏘아 올리면서 핵 문제가 북미관계에 달려 있다는 점을 상기시키고자 했다. 이 모든 것이 얽혀 작동하면서 해결의 난도도 높아지고 전망도 그만큼 불투명해졌다.


둘째, 한미관계와 한중관계가 깊이 맞물려 있다. 한미정상은 기존의 동맹을 ‘위대한’ 동맹으로 발전시켰다. 그리고 한미일 정상회담을 통해 이례적으로 지역 안보협력을 위한 3국 공동성명을 발표하면서 중국의 뇌관을 자극했다. 이에 질세라 중국은 러시아와 함께 “북핵과 미사일을 구실로 역외세력이 동북아 지역에서 군사배치를 강화하는 것을 반대한다”는 공동성명을 발표했고 한중·미중 정상회담에서도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에 반대한다며 날을 세웠다. 한미·한중관계가 서로의 창과 거울이 되면서 편승과 균형외교를 모두 어렵게 만들고 있다.

관련기사



셋째, 핵보유국을 선언한 김정은 정권과 마주하고 있다. 북한은 더 이상 핵을 가지고 국제사회를 겁박하겠다는 ‘벼랑 끝 전술’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제2차 공격능력을 보유한 상호확증파괴(MAD)전략을 기반으로 핵군축 협상을 시도할 태세다. 이렇게 되면 북한의 핵과 미사일 동결을 통한 비핵화 협상 동력은 점차 줄어들 것이다. 더욱이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 강도가 높아졌음에도 불구하고 제한적이지만 플러스 경제성장을 하고 있고 노동신문을 통해 문 대통령의 행보를 ‘대미굴종외교’라고 선을 그었다. ‘최대의 압박’을 통해 북한을 대화 테이블로 불러내야 한다는 견해도 있지만 북한교역의 90%, 대부분의 원유를 공급하는 중국이 그럴 만한 외교적 유인을 느끼지 않고 있다.

넷째, 국내적으로 새로운 외교적 소명도 부여받고 있다. 촛불정치가 만든 정치적 요구와 대외정책을 어떻게 연계할 것인지 외교정책의 매몰비용(sunk cost)을 줄이면서도 어떻게 낡은 관료문화의 관성을 벗어날 것인지, 국제법과 국민 정서를 어떻게 분리하고 결합할 것인지 ‘생각할 수 없는 것을 생각하는 외교’ 문화가 얼마나 효율적으로 작동하고 있는지에 대한 새로운 질문도 고려사항이다. 인수위도 없이 출범한 새 정부는 일단 경로를 이탈하지 않은 채 안전한 방향을 선택했다. 해외순방 결과에 대해 보수야당의 평가가 후했던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러나 한반도 안보환경에 대한 고차방정식은 지금부터 풀어야 한다. 우선 8월로 수교 25주년을 맞는 한중관계를 어떻게 정립할 것인가 하는 점이다. 왜냐하면 북핵 문제 총론에 대해서는 합의할 수 있지만 사드 문제는 전략적 이해가 충돌하고 올 하반기 중국공산당 19차대회를 앞둔 시 주석의 외교적 체면까지 걸려 있어 쉽게 타협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일단 사드 배치 지역에 대한 환경영향평가를 실시하는 동안 남북관계에 대한 대담한 돌파를 통해 사드 배치의 민감도를 줄이는 정책을 선택했다.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이 분수령이 될 수도 있겠다. 그러나 문제는 한중관계가 한미동맹의 프레임에 갇혀 있지 않다는 비전을 갖고 있는지 그렇다면 이를 중국에 어떻게 전달할 것인가에 달려 있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