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리의 온상으로 전락하기 직전까지 면세점은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불려 왔다. 2000년대 중반부터 늘어난 중국인 관광객의 ‘통 큰 쇼핑’ 덕분에 면세점 매장은 언제나 외국인 관광객으로 발 디딜 틈이 없었기 때문이다. 면세 사업자 선정이 이뤄질 때마다 롯데와 신라 등 기존 사업자뿐만 아니라 두산과 신세계, 현대백화점 등 유통 대기업들은 앞다퉈 경쟁에 뛰어들었다. 하지만 이제는 그 치열한 경쟁이 부메랑이 돼 면세 참여 기업들의 발목을 붙잡게 됐다.
업계에서는 면세점이 본격적으로 늘어난 시점을 2012년으로 본다. 당시 롯데면세점과 신라면세점이 면세 사업을 사실상 과점하고 있다는 비난이 일면서 홍종학 당시 민주통합당 의원이 10년이던 면세점 특허기간을 5년으로 줄이는 관세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이 법이 시행되면서 5년마다 사업자가 재심사를 받고 탈락할 경우 새로운 사업자가 진입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 이후로 5년마다 면세업계는 면세점 특허를 따기 위해 ‘면세점대전’이라고 불릴 만큼 치열한 경쟁을 벌여왔다.
2012년에는 관세청이 중소·중견기업 시내면세점 신규 특허를 확대하기로 결정하면서 소규모 면세점의 수도 증가했다. 기존 시내면세점이 없는 지역에 시내면세점을 내 지역 경제를 활성화하고 관광 진흥을 시키겠다는 목적이었다. 당시 한 해 동안만 중소·중견 면세점 9곳이 새로 생겼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국인 관광객의 끊임없는 유입이 면세점 증가의 가장 큰 근거가 됐다. 2014년 서울시 외국인 관광객 수가 1,142만명으로 전년보다 157만명 늘어나자 관세청은 면세점이 추가로 필요하다고 보고 신규 특허신청 공고를 냈다. 관세청장은 관세청 고시에 따라 지방자치단체별 관광객 수가 전년 대비 30만 명 이상 증가할 경우 신규 특허 공고를 낼 수 있다. 당시 한화갤러리아와 HDC신라 등이 입찰에 나서 특허 획득을 이뤄냈다.
2015년 면세점 선정을 마지막으로 추가 면세점을 선정하지 않겠다던 관세청은 4개월 만에 서울 시내면세점을 4개 더 추가하겠다고 발표했다. 이 심사에서 롯데월드타워점과 현대백화점, 신세계DF가 사업자로 선정됐다. /이지윤기자 lucy@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