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프랑스의 부활’을 기치로 내건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정책 기조는 ‘원칙’과 ‘포용’이라는 두 단어로 정의된다. 저성장과 높은 실업률이라는 ‘프랑스 병’ 극복을 위해 경제정책 면에서는 노조의 거센 반발과 지지층의 이탈도 감수하는 친시장적 개혁 원칙을 고수하는 한편, 다른 정책과 인사에서는 정파를 넘나드는 협력과 포용력을 드러내며 반대파를 껴안는 철저한 실용감각을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기존 정치가 초래한 프랑스 경제의 고질적 문제를 해소하겠다는 마크롱 대통령의 ‘국가 개조’ 어젠다와 그의 개혁 방안은 39세의 정치 신예 지도자에 대한 프랑스 국민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이끌어 내며 그의 정책 행보와 프랑스의 앞날에 대한 기대감을 한껏 높이고 있다. 지난 5월 대통령 결선투표에서 66.1%의 표를 얻으며 당선된 그의 지지율은 여전히 60%대 중반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달 총선에서 의회를 장악하며 ‘책임정치’의 날개를 단 마크롱 대통령은 취임 초반부터 개혁과제를 끊임없이 쏟아내고 있다. 특히 주목되는 것은 일자리 창출에 초점을 맞춘 친시장적 세제개혁과 노동개혁이다. 10일(현지시간) 공개된 세제개혁안에 따르면 마크롱 정부는 프랑스에서의 일자리 창출효과에 기반한 감세 정책을 추진할 예정이다. 이전 사회당 정권이 도입했던 높은 부유세를 피해 프랑스를 떠나간 기업들을 되돌리기 위해 마크롱 정부는 이르면 내년 중에 가장 먼저 금융투자 부유세를 없애고 30%의 일괄 세율을 적용하기로 했다. 또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Brexit) 이후 영국 런던에 위치한 금융기관들을 유치하기 위해 금융거래세 연장안 및 금융 부문 최고율 소득세안은 철회할 방침이다.
반면 다른 기업 및 가계 등에 예고했던 세제감면안은 재정적자 문제를 고려해 2019년으로 미뤘다. 이는 자칫 지지층 이탈로 이어질 수 있는 결정이지만 실업난 해소와 재정적자 개선을 통해 프랑스 경제를 강화하기 위해서는 불가피하다는 정책적 판단에 따라 대국민 설득에 나서기로 한 것이다.
에두아르 필리프 총리는 이날 파이낸셜타임스(FT)에 세제개혁안을 설명하면서 “(재정적자로) 부유세 및 금융개편안도 2019년 이후로 미룰까 했지만 높은 세율이 투자를 가로막고 있음을 감안했다”고 말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또 일자리 창출을 위해 초강성인 프랑스 노동계를 개혁해야 한다고 보고 산별 단위 노사협상권을 개별 기업으로 끌어내리는 한편 근무시간 유연화, 공무원 수 12만명 감축 등 노동 유연성을 높이기 위한 과제를 추진하고 있다. 다만 노조의 거센 반발을 의식해 막무가내식 밀어붙이기보다는 대화와 설득에 방점을 두고 있다. 대통령은 노동계 전반에서 수십년간 활약한 뮈리엘 페니코를 노동장관으로 발탁하고 친노동계 성향의 관련 팀을 인선했으며 취임 후 첫 내치 일정도 노조 및 기업 단체와의 마라톤 협상으로 잡았다.
하지만 마크롱 행저부는 기타 정책 및 인사 분야에서는 의회 다수당임을 개의치 않는 포용과 협력을 과시한다. 대통령이 발탁한 필리프 총리는 우파 공화당 소속으로 현 프랑스의 제1야당 인사다. 내각의 명단도 좌파와 극좌파, 우파와 중도, 실용주의자를 고루 넘나든다. 마크롱 대통령은 이 같은 인사 탕평을 통해 ‘신인 정부’라는 비판을 불식시키는 한편 다양한 국정철학이 정부 내에 녹아들며 지지율 확대를 돕도록 유도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하원 의원의 절반을 전문성을 갖춘 정치 신인으로 구성하고 내각 내 여성 비율을 40% 이상으로 끌어올리며 정치개혁 과제에 치중했다.
한편 외교 무대에서 마크롱 대통령은 선 굵은 어조로 ‘강한 프랑스’의 부활이라는 국민적 염원에 부응하고 있다. 마크롱 대통령이 내놓은 유럽연합(EU) 개혁안에는 EU 공공 부문 물품의 일정량을 반드시 EU 국가에서 구입해야 한다는 다소 보호주의 성격의 ‘바이 유러피언’ 조항도 들어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경제 등 타협이 불가능한 국익에 원칙을 고수하고 그 외 사안에는 기득권을 내려놓으며 국민들을 설득하고 있다”고 마크롱 정부에 대해 긍정적 평가를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