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드론산업에 대한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국내 드론 시장 규모는 매년 커지고 있는데 중국 등 해외 업체에 대한 의존도가 높기 때문이다. 현재 국내 드론시장 해외업체 점유율은 2015년 70%에서 현재 82%까지 늘어났다. 설상가상으로 국내 3,000여개 업체 대부분은 중국 부품을 사다 조립하고 오픈소스에서 소프트웨어를 가져가 쓰는 수준에 머물러 있다.
국내 드론산업이 중국 등 해외 업체에 종속될 수 있다는 우려감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독자 기술 개발에 매진해 드론 국산화에 앞장서는 기업이 있다. 주인공은 지난 2015년 설립된 드로젠.
EBS 수학 강사였던 이흥신(48·사진) 대표는 레이싱용 드론 동호회에 가입했다가 드론에 푹 빠져 강사 생활을 접고 창업까지 나섰다. 전문 개발자들을 영입하고 지금까지 60억원 정도를 투자해 드론의 주요 기술인 플라잉 컨트롤러(FC)·모터·데이터링크 같은 소프트웨어 기술을 모두 확보했다.
이흥신 대표는 11일 인천 송도 본사에서 서울경제신문과 만나 “원천기술을 기반으로 레이싱용·장난감용·산업용·국방용 드론 등을 생산하고 있지만 DJI같은 중국 업체에 비해 국내에서 아직 인지도가 떨어지는 게 사실”이라며 “직접 개발한 국산 드론을 널리 알리고 점유율을 확장하기 위해 내년부터 산업용 드론 렌털 사업을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드로젠이 구상하는 드론 렌털은 자동차 렌털 방식과 비슷하다. 지자체나 기업, 공공기관, 일반 소비자들이 사용 신청을 하면 드론을 빌려준 뒤 전문가를 파견하거나 원격 조정을 통해 드론을 비행 계획에 따라 날려준다. 드론 운영에 관한 컨설팅도 해주고 드론 비행에 필요한 인증 서비스도 대행해 준다.
이 대표는 “기업이나 지자체가 산업용 드론을 구입해 연 20회 정도 직접 날린다고 가정하면 드론을 조정하는 사람 인건비까지 포함해 연 1억원 정도가 든다”며 “반면 렌털 서비스를 이용하면 인건비가 들지 않아 연 2,000~3,000만원 밖에 소요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어 “비용이 절약되기 때문에 렌털 수요가 많을 것으로 전망된다”고 덧붙였다.
드로젠은 미국 국방부의 드론 과제를 수행하는 에피사이언스와 협업해 고성능의 산업용 드론 개발도 진행 중이다. 하늘에 여러대의 드론을 띄워 데이터를 수집하고 전달하는 드론 군집비행(SWAM)관련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인공지능(AI)을 탑재해 임무 완성도를 높여주는 드론도 내년까지 상용화할 계획이다.
중국 드론업체에 대응하기 위해 인수합병과 생산시설 확충도 적극 추진하고 있다. 올해 말까지 국내 증강현실(AR)업체, 반도체 칩 디자인 회사 등을 인수해 드론 성능 개선에 힘쓰고 베트남 하노이에 장난감용 드론을 생산하는 약 3,000평 규모의 공장도 설립할 예정이다. /송도=한동훈기자 hooni@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