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액정표시장치(LCD)는 돈을 벌 수 있는 곳에 집중하고, 유기발광다이오드(OLED)는 성장동력으로 일구겠습니다.”(LG 고위 관계자)
한상범 LG디스플레이(034220) 부회장이 총 10조원이 투입되는 세계 최대규모 ‘파주 P10’ 공장에 ‘중소형 OLED-초대형 LCD’ 라인을 구축하는 것은 ‘복합단지’라는 솔루션을 통해 세계 1위 위상을 이어가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시장의 판도를 바꿀 ‘게임체인저’로서 OLED를 전략적으로 육성하되 대형 LCD 시장에서도 이익을 낼 수 있는 고부가가치 틈새시장을 적극적으로 공략하겠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LG디스플레이는 파주 P10 생산 품목 확정과 더불어 기존 8세대 이하 LCD 설비의 OLED 전환 등도 검토하고 있다. 중국 업체의 추격이 매서운 ‘레드오션’은 서서히 정리하면서 OLED와 초대형 LCD에 전사 역량을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오는 17일 임시이사회와 25일 정기이사회를 통해 드러날 LG디스플레이 제품 전략에 전 세계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한 부회장은 최근 박진수 LG 화학 부회장, 조성진 LG전자 부회장과 잇달아 ‘1대1’ 톱매니지먼트미팅(TMM)을 갖고 계열사 간 협력 방안 등을 조율한 것으로 알려졌다. 디스플레이 업계의 한 고위 관계자는 “단순히 파주 P10에서 생산하는 품목이 무엇이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LG디스플레이가 OLED와 초대형 LCD 중심으로 전체 생산라인을 재편해가는 방향을 주목해볼 필요가 있다”며 “파주 P10 가동과 더불어 기존 8세대 라인들에 대한 재검토도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LG디스플레이의 신규 투자 가운데 핵심은 역시 중소형 OLED다. 파주 P10 설비투자도 60~70%가량은 중소형 OLED 중심으로 이뤄질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디스플레이가 사실상 독점하고 있는 스마트폰용 OLED는 전 세계 디스플레이 시장에서 가장 유망한 영역이다. 스마트폰 시장의 ‘큰손’ 애플이 차세대 아이폰에 OLED를 전면 채택한 가운데 중국 스마트폰 업체들까지 가세하면서 중소형 OLED는 전 세계적으로 품귀 현상이다. 애플의 주요 패널 공급 업체로서 ‘레티나 디스플레이(LCD)’ 시대를 이끌었던 LG디스플레이는 중소형 OLED 설비투자를 통해 빼앗긴 애플 물량을 찾아오는 한편 LG전자와 중국 업체 등으로 외연을 넓힐 계획이다.
이와 관련해 LG디스플레이의 투자 유치 노력도 주목해볼 만하다. LG디스플레이는 최근 애플 측과 1조~2조원 규모의 투자 유치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애플이 자금을 대고 LG디스플레이가 ‘애플 전용’ 라인을 만드는 방식인데 양사는 과거 LCD 패널 시절에도 이 같은 방식의 협업을 진행했다. 투자금융 업계 관계자는 “투자 유치가 진행 중인 것은 맞지만 LG디스플레이가 아직까지 애플에 OLED 공급 실적이 없기 때문에 신뢰성 구축 등의 숙제를 풀어야 한다”고 말했다. 설비투자의 핵심인 ‘자금 문제’를 해소할 애플 투자 유치는 이르면 다음달 중 결론 날 것으로 알려졌다.
파주 P10에서 중소형 OLED와 동시에 투자가 진행되는 품목은 10세대급 초대형 LCD다. 이 역시 중장기적으로 OLED로 전환을 계획하고 있지만 초대형 LCD 시장을 중국 업체가 완전히 장악하기 전까지는 수익을 최대화하겠다는 전략으로 읽힌다. 최근 세계 프리미엄 TV 시장이 65인치 이상으로 급속히 재편되는 가운데 초대형 LCD는 ‘레드오션’이 된 LCD 시장에서도 여전히 고부가가치 품목으로 분류된다. 디스플레이 업계 관계자는 “중국이 공급과잉 상황을 만들기 전에 주력사업인 LCD에서 최대한 수익을 뽑아내겠다는 것”이라며 “이후 OLED 시장이 커지면 자연스럽게 라인을 조정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LG디스플레이는 이와 함께 기존 8세대 이하 LCD 라인의 생산 품목 조정도 검토하고 있다. 전체 생산라인의 리모델링인 셈인데 이 역시 핵심은 OLED로의 전환이다. 구미의 P2·P3·P4라인 등이 전환 대상이 될 것으로 알려졌다.
/윤홍우·신희철기자 seoulbird@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