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버스 증차에 억대 뇌물..비리 판치는 인허가

면세점 파문으로 본 실태

방송·금융·에너지 등

곳곳 로비·불법 얼룩

'면세점게이트' 수사 속도



지난 5월 경기 부천시의 한 버스업체 대표는 서울시 공무원에게 “여의도행 노선을 증차하는 데 편의를 봐달라”며 수차례에 걸쳐 1억1,000만원을 건넸다. 버스 노선 조정과 증차가 서울시의 인허가 사항이었기 때문이다. 인허가에 버스회사의 명운이 달리다 보니 나온 결과다. 지난해 업계를 발칵 뒤집어놓은 롯데홈쇼핑 재승인 비리도 마찬가지다. 2015년 4월 롯데는 주위의 예상을 깨고 유효기간 3년의 재승인을 받았지만 감사원 감사 결과 담당부처인 미래창조과학부가 롯데 임직원 비리에 대한 보고 누락을 묵인했고 롯데와 경영자문 계약을 맺은 심사위원들이 재승인 심사에 참여했음이 드러났다.

면세점 평가 비리에 따른 파문이 확산되면서 정부에 과도한 권한이 쏠려 있는 인허가 제도를 손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인허가 과정의 정보공개가 부족하고 깜깜이식으로 이뤄지다 보니 각종 로비와 불법이 판을 치기 때문이다. 12일 국무조정실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현재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가진 인허가 건수는 약 680건에 달한다.


문제는 인허가 관련 비리가 끊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건설 분야가 대표적이다. 허남식 전 부산시장은 최근 ‘엘시티 인허가 특혜 비리’로 1심에서 징역 3년을 선고받았다. 5월에도 경찰이 인허가 비리 문제로 인천시 종합건설본부를 압수 수색했다. 개발부터 준공 인가, 교통과 소방까지 정부와 지자체의 인허가를 받아야 하는 탓이다. 2012년 감사원이 지자체의 인허가 관련 문제를 집중 감사한 결과 단란주점에 부당 영업허가를 내준 사례나 부산에서 지구단위계획이나 물류단지계획 승인업무를 제멋대로 해 인허가권을 남용한 사례가 적발되기도 했다. 박근혜 정부 들어서도 1~3차 시내면세점 추가 특허입찰 과정에 대한 특혜 의혹이 계속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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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뿐만이 아니다. 규제산업으로 불리는 방송과 통신·금융·에너지 등은 정부 인허가 없이 사실상 사업이 불가능하다. 역사문화환경보존지구에서의 개발행위, 국가지정문화재 촬영도 허가를 받아야 한다. 해양심층수를 개발하거나 어항에서 스킨스쿠버·윈드서핑을 하려고 해도 허가가 필요하다. 지난해 전국경제인연합회가 1,145개 세부 업종에 대한 진입규제를 조사한 결과 제조업 가운데 11.5%, 전산업은 14.9%가 인허가를 받아야 사업을 할 수 있었다.

전문가들은 인허가 대상을 줄여 정부의 힘을 빼고 외부인 참여 확대, 인허가 과정에 대한 정보공개 확대를 추진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한국경제연구원에서 2015년 기업이 꼽은 중복규제 169건을 조사한 결과 이 중 60.4%(1,023건)가 인허가 규제인 것으로 조사됐다. 송원근 한국경제연구원 부원장은 “인허가 같은 진입규제만 철폐해도 6만4,000개 기업에서 33만개가 넘는 일자리가 생긴다는 연구 결과가 있는 만큼 인허가 제도 정비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검찰은 면세점 특혜 비리를 겨냥한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법조계 안팎에서는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 재수사가 초읽기에 돌입한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1·2기 검찰 특별수사본부와 특별검사의 최씨 국정농단 사건 수사과정에서 촉발된 면세점사업자 선정 특혜 의혹이 사실로 드러난데다 법무부 장관, 검찰총장 인선 이후 곧바로 검찰 수사조직 개편에 나서는 등 수사를 위한 기초작업을 마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검찰이 인사 완료와 동시에 서울중앙지검 특수부를 중심으로 한 제3기 특수본을 꾸리고 늦어도 오는 9월부터는 최씨 국정농단 사태 재수사에 착수할 수 있다는 것이 법조계 안팎의 공통된 분석이다. /안현덕기자 always@sedaily.com/세종=김영필기자 susopa@sedaily.com

김영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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