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만파식적] 여름 보양식 세대교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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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12일 정세균 국회의장, 양승태 대법원장 등 5부 요인을 청와대로 초청해 오찬을 같이했다. 한미 정상회담과 독일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 등의 순방 성과를 설명하고 공유하는 자리였는데 점심 메뉴는 삼계탕이었다고 한다. 마침 이날이 초복이어서 대표적인 여름 보양식인 삼계탕을 선택한 것 같다. 청와대가 아니더라도 복날 전국 유명 삼계탕 전문점에는 삼계탕 한 그릇 먹으려고 줄을 서는 사람들로 장사진을 이룬다.

이를 찍은 사진은 언론 지면을 장식하는 단골 메뉴다. 서울 종로구 한 삼계탕집에 순번을 기다리는 많은 고객들을 보고 외국인들이 탄성을 질렀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복날 한국인의 삼계탕 사랑은 남다르다. 삼계탕은 개장국과 함께 여름 보양식의 대세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복날엔 삼계탕·개장국’이라는 공식은 여전히 유효하다. 하지만 몇 해 전부터 이 공식이 차츰 깨지고 있다는 소식이다.


애견인구가 늘면서 개장국 수요가 확 줄고 삼계탕을 찾는 사람도 눈에 띄게 감소하고 있다. 특히 젊은 층을 중심으로 입맛과 취향이 다양해지면서 여름 보양식에 세대교체의 기운이 감지되고 있는 것. 삼계탕의 경우 한 그릇에 2만원이 육박하는 가격에다 빈번한 조류인플루엔자(AI), 손이 많이 가는 조리법 탓에 젊은 세대로부터 외면받는 신세다. 반면 손질이 다 된 상태여서 요리가 쉬운 장어·전복·낙지 등 수산물이 새로운 보양식으로 뜨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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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추세는 통계로 확인된다. 닭 가공업체 하림에 따르면 초복을 앞둔 지난 5~9일 하루 평균 생닭 출하량은 18만마리에 그쳤다. 지난해 초복을 앞둔 때의 21만마리 수준에 비하면 약 12% 준 셈이다. 이마트와 온라인마켓 판매 추이를 보더라도 삼계탕의 힘이 빠지고 있는 현실을 짐작할 수 있다. 여름철 이마트의 보양식 재료 가운데 닭 매출 비중은 2015년 63.3%에서 올해 60% 밑으로 떨어진 대신 장어 등은 24.6%에서 40%선으로 뛰었다.

G마켓에서도 6월 한 달간 생닭·간편삼계탕 매출이 모두 전년보다 7~10% 줄었다. 여름 보양식의 대명사인 삼계탕이 흔들리는 것을 보니 어느 분야에나 영원한 대세는 없는 것 같다. /임석훈 논설위원



임석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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