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 2015~2016년 면세점 사업자 선정 때 관세청의 대대적인 부정행위가 있었다는 감사원의 감사 결과가 발표되자 업계에서는 ‘터질 게 터졌다’는 평가가 다수를 이뤘다. 그동안 꾸준히 지적돼온 면세점의 제도적 문제를 방치한 결과물이라는 것이다. 면세점 특별허가제도의 문제점을 짚어본다.
①특허제냐, 신고제냐=현재 면세점 선정 제도는 정부가 업체를 심사해 사업권을 주는 ‘허가제’다. 정부는 업체의 시장 진입부터 5년 뒤 재심사, 탈락 여부까지 막강한 권한을 쥐고 있다. 면세점 사업은 중국인 관광객 급증과 함께 기업들의 참여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분야여서 정부가 쥔 칼자루의 힘도 그에 비례해 커진 상황이다. 더구나 면세점 심사는 관세청이 단독으로 담당하는 상황이어서 견제를 통한 공정성도 담보받지 못했다. 면세점 특허제의 한계가 명확히 드러나면서 일정 요건만 되면 누구나 신고, 등록하고 사업할 수 있게 하는 ‘신고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신고제가 되면 정부 입맛에 따라 기업 명운이 좌우되고 기업은 정권 눈치를 보느라 혁신이라는 본업에 집중하지 못하는 상황을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신고제 도입으로 자율경쟁이 강화되면 업계 전체 경쟁력도 향상될 수 있다.
②심사 방식=면세점 허가 여부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깜깜이’ 심사 방식도 문제다. 관세청이라는 한 기관이 심사를 전담하고 있는데다 허가를 결정하는 특허심사위원회의 구성 과정과 위원 명단은 물론 심사 과정 등 모든 것이 베일에 싸여 있다. 특허심사위원회 구성과 평가 기준 등은 시행령에 위임돼 있어 법적 근거도 약하다. 관세청은 지난해 말 뒤늦게 심사 종료 후 업체별·항목별 세부점수 등을 공개하기로 했지만 사후 공개에 불과해 실효성이 낮다는 지적이 많다. 이에 따라 현재의 특허제를 유지하더라도 대대적인 개선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공감을 얻고 있다.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는 “관세청이 단독이 아니라 여러 부처가 함께 참여하는 별도 심사위원회를 두는 방안을 추진해볼 만하다”고 말했다. 이어 “면세점 제도의 주된 취지는 관광 활성화에 있으므로 관광 관련 부처들을 참여하도록 하고 외부 전문가들의 참여도 확대하면 심사의 공정성과 적정성을 보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③특허 갱신 및 수수료=현 면세점 허가제도는 한 번 운영권을 따냈더라도 5년 뒤 원점에서 재심사를 하게 돼 있다. 정부의 권한을 필요 이상으로 키우는 요소다. 기업 경영에도 상당한 제약을 준다. 면세점 업체가 5년 뒤에 운영권을 잃을 수 있다는 불안에 시설투자 등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면세점 인력의 고용불안만 야기한다는 것이다. 원래 면세점 특허권은 허가 기간이 만료된 뒤 특별한 문제가 없으면 갱신해줬고 1회 특허 기간도 10년이었으나 2013년 법 개정으로 갱신제가 폐지되고 특허 기간도 5년으로 줄었다. 업계는 제도 변화로 인한 부작용이 커지고 있어 원래대로 돌려놓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정부가 업체로부터 걷는 특허수수료 규모도 과다하다는 지적이 많다. 지금은 연 매출에 따라 2,000억원 이하, 2,000억~1조원, 1조원 초과 시 각각 0.1%, 0.5%, 1%의 수수료율이 적용된다. 수수료를 매출액 연동이 아니라 정액제로 매기는 선진국 등에 비해 수수료 부담이 큰 편이다.
④독과점 논란=롯데·신라 등 두 업체가 독점하고 있는 구조를 완화하는 것도 숙제다. 지난해 매출 기준 두 업체의 시장 점유율은 73%에 이른다. 시장 점유율이 높다는 이유만으로 규제를 하는 것은 불합리하지만 현재의 독과점 체제가 업계 전반의 경쟁력을 키우는 데 일정 부분 제약으로 작용한다는 의견도 무시할 수 없다. 이와 관련해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지난해 발표한 ‘관광 산업 발전을 위한 면세점 제도개선 방안 연구’ 보고서에서 “시장 지배적 사업자가 부당하게 지위 남용 행위를 한 경우 일정 기간 신규 추가 특허 신청에서 배제하는 방안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시장 지배적 위치에 있다는 이유만 갖고 입찰 자체를 어렵게 하는 방안은 법적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