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G20(주요 20개국) 정상회담 당시 발언이 식민주의적 인식을 드러냈다고 비판받고 있다. 마크롱 대통령은 지난 7~8월 독일 함부르크 G20 정상회의의 한 기자회견에서 “여성이 아직도 아이를 7~8명이나 낳고 있는 나라들이 많다”며 “문명과 관련된 문제들”이 있다고 밝혔다. 아무리 아프리카에 서방이 경제원조를 해도 소용이 없다는 취지였다.
미국의 로라 세이 콜비칼리지 교수가 트위터에서 마크롱의 발언을 지적한 뒤부터 마크롱 대통령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커지기 시작했다. 세이 교수는 마크롱의 발언이 프랑스가 아프리카에 식민지를 구축하던 시기의 발상을 그대로 드러낸다고 지적했다. 그는 “(가톨릭국가인) 프랑스가 식민지 여성들에게 피임약을 쓰지 말라고 교육했고, 많은 아프리카인이 이를 받아들였다”며 아프리카 여성이 아이를 많이 낳는 데에는 프랑스의 역사적 책임도 있는데 마크롱이 이를 간과했다고 비판했다.
영국의 일간 가디언에 엘리자 애냥위 칼럼리스트는 ‘새로운 마크롱, 똑같은 낡은 식민주의’라는 제목으로 11일(현지시간) “마크롱의 발언은 문제의 근본적인 뿌리가 어디에 있는지 얘기하지 않았기 때문에 더욱 분노를 일으킨다”고 지적했다. 이어 “마크롱이 아프리카인의 출산문제를 스스럼없이 비난한 점은 진취적인 프랑스 대통령의 앞날에 나쁜 기운을 드리울 것”이라 덧붙였다.
프랑스 일간 리베라시옹도 12일 ‘마크롱, 아프리카 여성들의 자궁을 내버려두라’는 제목으로 “젊고 현대적이라고 칭송받는 우리 대통령이 낡아빠진 이론을 좇고 있다니 꽤 흥미롭다”고 비판했다. 특히 “아프리카 여성들이 자신들의 성을 주도하지 못하고 이는 인구 과잉과 저발전의 원인이 된다는 1950년대에나 유행했던 생각들을 마크롱이 다시 꼬집었다”며 “가부장적이고 여성 혐오적”이라 주장했다.
/조은지 인턴기자 ejee@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