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타이어 매각을 결정지을 ‘금호’ 상표권 사용 조건을 두고 박삼구 회장이 깊은 고민에 빠졌다. 산업은행이 개선된 조건을 제시했다고 하지만 간극이 크기 때문이다. 산은이 더블스타로 금호타이어를 매각을 밀어붙여 얻게 되는 실익이 없다는 분석도 힘이 실린다.
◇“상표권 조건 받아들이기 힘들어”=금호산업은 13일 산은이 제시한 상표권 조건을 받아들일지 논의할 이사회를 오는 18일로 연기한다고 밝혔다. 금호 측은 “이사들의 일정을 조율하는 과정에서 이사회가 연기됐다”고 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박 회장이 산은의 압박을 돌파할 묘수를 찾기 위한 것으로 보고 있다.
금호 측이 산은의 조건을 받아들일 가능성은 매우 낮다. 산은은 브랜드 사용료를 연 매출의 0.2%에서 0.5%로 수정 제안했다. 하지만 사용 기간은 금호가 요구한 20년이 아닌 12년 6개월로 제시했다. 산은이 더블스타와 맺은 계약(연 매출 0.2%, 5년 사용 후 15년은 언제든 해지 가능)을 근본적으로 바꾼 게 아니라 산은이 차액 847억원을 대신 지급하는 방식이다. 더블스타가 ‘금호’ 상표를 5년만 쓰고 6년째부터 안 쓰면 금호산업은 사용료로 채권단의 보전분 0.3%만 받는다. 5년간은 0.5%지만 이후 7년 6개월간은 0.3%만 받는 것. 12년 6개월간 평균 요율은 0.38%다. 금호 측의 요구에 한참 못 미친다. 그렇다고 무턱대고 산은의 제안을 거절하면 매각 방해 등을 빌미로 산은이 박 회장의 그룹 경영권을 박탈할 수 있다. 어느 때보다 명분도 찾고 실익도 거둘 묘책이 박 회장에게 필요한 순간이다.
◇“산은, 얻게 되는 매각 실익 없어”=업계에서는 금호타이어 매각을 통해 산은이 얻게 되는 실익이 없는 상황에서 산은이 매각을 강행하는 이유에 의문을 제기한다.
산은은 금호타이어를 더블스타에 9,550억원에 매각하기로 계약했다. 7,000억~7,500억원이었던 시세보다 2,000억원 더 받는다. 그런데 상표권 사용료율 문제로 졸지에 847억원을 부담하게 됐다. 여기에 산은은 더블스타가 인수하면 금호타이어가 채권단에 빌려간 2조3,000억원의 만기를 5년 연장하고 금리도 낮춰준다고 7일 밝혔다. 금호타이어 사업 정상화에 일조하겠다는 취지다.
문제는 산은이 현재 5% 수준인 금리를 1%포인트만 낮춰도 연 230억원을 부담해야 한다. 만기가 연장되는 5년으로 단순 계산하면 1,150억원이다. 더블스타 매각 시 산은이 최소 1,997억원 이상을 토해내는 것이다. 금호타이어를 더블스타에 매각해 2,000억원 이상 더 받는다는 명분이 사실상 사라지는 셈이다. 실익은 없고 기간산업인 제조업체를 수천억원을 부담하면서 해외에 파는 것이라는 평가다.
결국 우선매수권을 갖고 있던 박 회장이 제시할 것으로 예상된 금액(7,000억~7,500억원)이라는 점에서 산은이 컨소시엄 불허 결정을 내린 것이 패착이라는 비판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산은이 매각 흥행을 위해 애쓰다 상표권 등의 절차를 제대로 이행하지 못했고 실익도 사라지게 됐다”며 “매각 지연으로 금호타이어 경쟁력 약화와 지역사회의 우려, 사회적 손실만 키운 셈”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