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삼성전자(005930)가 롯데시네마 서울 잠실 월드타워점 슈퍼S관에서 공개한 ‘시네마 LED’는 ‘초대형 프리미엄 TV로 영화를 보는 듯한 경험’이었다. 가로 10.3m, 세로 5.4m 크기의 초대형 화면에서 영화 ‘트랜스포머:최후의 기사’ 일부 영상이 나오자 뚜렷한 명암과 깨끗한 화면에 순식간에 빠져들었다. 주인공 ‘옵티머스프라임’의 얼굴이 클로즈업되는 장면에서는 눈이 정말 살아있는 듯 또렷하고 밝게 빛났고 우주 전투 장면에서는 검은색 배경과 형형색색의 로봇들이 대비를 이뤄 3D에 가까운 입체감마저 느껴졌다.
삼성전자가 120여년 이어져 온 영사기(프로젝터) 영화관 시대를 종식하겠다고 자신하는 ‘시네마 LED’의 핵심은 TV처럼 화면 뒤에서 직접 빛을 비추는 방식을 초대형 영화관 화면에서 구현한 것이다. 기존 프로젝터 방식은 영화관 맨 뒤나 천장 위에서 멀리 빛을 쏘아 흰색 스크린에 영상을 반사 시키는 것인 만큼 화면 전체의 초점이 안 맞거나 가장자리가 번지는 문제가 있었다. 하지만 시네마 LED는 화소 하나하나가 색과 빛을 재현하기 때문에 전체 화면이 골고루 선명하고 균일하게 밝다. 단순한 원리로 보이지만 가로 10.3m, 세로 5.4m 크기 화면의 경우 LED 캐비닛 96개를 활용해 셀 수 없이 많은 신호를 조화롭게 처리해야 한다.
삼성전자가 시네마 LED를 내놓은 것은 영화 촬영 기술이 발전하는 데 비해 이를 극장에서 구현하는 방식은 정체돼 있는 한계를 깨뜨리며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기 위해서다. 이미 초고화질을 갖춘 TV가 대형화되고 스마트폰·태블릿 등의 보편화로 소비자가 굳이 영화관을 찾지 않아도 되는 상황에서 영화관만이 선사할 수 있는 경험의 차별화를 삼성전자가 주도하겠다는 구상이다.
시네마 LED는 그야말로 영화를 제대로 즐기기 위한 장치들의 종합패키지다. 우선 기존 프로젝터 램프 대비 약 10배 이상 향상된 최대 146fL(풋램버트, 영화 업계에서 쓰는 밝기의 단위)를 갖춰 관객의 눈이 부실 정도의 화면을 선사한다. 또 기존 영화관에서는 지원하지 않던 HDR(밝은 부분은 더 밝게, 어두운 부분은 더 어둡게 표현하는 기술)을 지원해 명암비가 대폭 향상된 생생한 화질을 즐길 수 있다. 실제로 이날 ‘미스 페레그린과 이상한 아이들의 집’ 상영 시 숲과 잔디밭에 햇살이 비치는 장면에서 눈이 부셔 야외에 있는 듯했고 풀과 나무의 잎사귀나 줄기가 너무나 선명하게 표현됐다.
사운드 시스템의 경우 삼성전자가 인수한 오디오 전문기업 하만의 노하우가 더해졌다. JBL스피커를 설치하고 하만의 사운드 전문가가 직접 튜닝해 최적의 소리를 들을 수 있는 위치를 뜻하는 ‘스위트 스폿’을 대폭 확대했다. 통상 일반 극장은 객석 정중앙 일대에만 스위트 스폿이 있지만 시네마 LED에서는 객석 어느 곳에서도 명료하고 웅장한 소리를 느낄 수 있다는 설명이다.
삼성전자는 이 같은 시네마 LED를 3년 내 전 세계 영화관의 10%까지 확대 적용할 계획이다. 김석기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 부사장은 “오는 2020년까지 전 세계 영화 상영관의 10%를 시네마 LED로 바꾸는 게 목표”라며 “미국과 중국·유럽·동남아에서 모두 오픈하려고 협의 중”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기존 영화관과 달리 밝은 환경에서도 생생한 화질을 구현하는 시네마 LED의 장점을 활용해 비즈니스 모델을 다각화하겠다는 구상도 밝혔다. 영화관에서 스포츠 경기 관람, 오페라 및 콘서트 중계, 게임 이벤트, 기업 행사 등이 이뤄질 수 있다는 것이다.
한편 롯데시네마는 월드타워점에 한정된 시네마 LED를 전국 각 지역 랜드마크 영화관 중심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시네마 LED 첫 상영작은 ‘스파이더맨: 홈커밍’과 ‘카3:새로운도전’이며 14일부터 상영한다. 관람료는 평일 1만2,000원, 주말 1만3,000원으로 일반 영화관보다 2,000원가량 비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