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학생들 오지 마"…'노스쿨존' 카페도 등장

부산 도심의 24시간 카페에서

"욕설·흡연 심하다"며 출입금지

"사업장 권리" vs "청소년 차별"

△인터넷에 공개된 부산 도심 카페의 ‘청소년 출입금지’ 안내문△인터넷에 공개된 부산 도심 카페의 ‘청소년 출입금지’ 안내문


7세 이하 어린이의 출입을 제한하는 ‘노키즈존’에 이어 중, 고등학생들의 출입을 제한하는 ‘노스쿨존’이 등장했다.

12일 부산 동래역 인근의 한 카페는 출입문에 ‘중, 고등학생의 출입을 제한한다’는 내용의 공고문을 붙였다. 24시간 운영하는 이 카페는 “근방의 중, 고등학생들이 매장에서 흡연하고 바닥에 침을 뱉는 등 무례한 언행과 욕설을 일삼는다”며 “매장의 쾌적한 환경을 위해 방문을 거부한다”고 밝혔다. 이어 “신분증 검사하는 일이 생겨도 양해해 주기 바란다”고 적었다. 이 공고문은 공개된 지 10여 시간 만에 ‘노급식존(학교 급식을 먹는 중,고등학생들을 ‘급식충’이라 폄하한 데서 유래한 단어)’이라는 이름을 달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널리 퍼졌고 카페 관계자는 다음날 아침인 10일 공고문을 철거했다고 밝혔다.


명시적으로 ‘노스쿨존’을 운영하지 않더라도 청소년들을 피해 마감 시간을 일부러 앞당기는 카페도 있다. 서울 은평구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김모(45)씨는 “매상을 생각하면 최대한 늦게 끝내는 게 좋지만 학생들이 밤늦게 몰려오는 게 싫어 마감시간을 앞당겼다”고 말했다. 그는 “고등학생들이 야간자율학습이 끝나고 오면 매장 전체가 시끄럽고 여기저기서 욕설이 들려 손님들이 꺼려 한다”고 말했다. 김씨의 음식점은 다른 매장과 달리 10시에 문을 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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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매력이 낮고 무리 지어 다니는 청소년들은 이전에도 종종 음식점과 커피숍 직원들의 기피 대상이 됐다. 대구 번화가의 24시 카페에서 일한 박진아(25)씨는 “밤에 학생들이 몰래 맥주나 소주를 들고 오는 경우가 있다”며 “담배를 피운 뒤 주변에 가래를 뱉는 일도 부지기수”라고 말했다. 교복 차림으로 의자에 누워 애정행각을 벌이는 경우도 다반사다. 10여명이서 커피를 두 잔만 시킨다거나 큰 책상에 과제를 이리저리 펼쳐 놓는 점도 커피숍 사장에겐 은근한 골칫거리다. 서울 시내에서 커피숍 체인점을 운영하는 안모(52)씨는 “(사진을 보니) 오죽하면 그랬겠나 싶다. 나도 사장된 마음으로 가게에서 내보내고 싶을 때가 종종 있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노스쿨존’까지 나온 것은 지나치다는 의견도 있다. 아르바이트생 박씨는 학생들의 행동을 성가셔 하면서도 “한 번 요청하면 곧바로 수긍하고 미안해한다. 안 그래도 청소년 출입제한 구역이 많은데 커피숍까지 청소년들을 내치면 어디로 가겠느냐”며 고개를 저었다. 청소년인권행동 아수나로 활동가인 ‘치이즈(활동명)’씨는 “특정 청소년 몇몇의 일탈 행위를 전체 청소년의 행동으로 묶는 것은 손쉬운 차별 행위”라며 “40대 아저씨들이 욕설하고 화를 낸다고 해서 40대 아저씨를 금지하지는 않지 않느냐”고 말했다. 그는 이어 “청소년들이 모여서 이야기를 나눌 공간 자체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카페도 몇 년 전부터 조금씩 가기 시작한 건데 ‘청소년’이라는 이름으로 전체를 묶어 반대하지는 않았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신다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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