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가 가장 우려하는 부분은 ‘공판중심주의’가 돼야 할 재판이 자칫 여론에 휘둘려 왜곡될 수 있다는 점이다. 지금까지 재판 과정에서 이 부회장의 뇌물죄 혐의를 입증할 ‘스모킹건(결정적 증거)’은 여전히 나오지 않았지만 되레 재판정 밖에서 삼성을 향한 칼날이 더욱 거칠어지고 있다.
삼성은 이날 청와대의 발표와 관련해 공식 입장은 내놓지 않았다. 재계 관계자는 “재판 중인 삼성 입장에서는 대응할 수 있는 여건도 아니며 문서 내용과 맥락도 구체적으로 모르는 상황에서 무슨 설명을 할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이날 청와대는 총 300종의 문건 가운데서도 삼성과 관련한 박근혜 정부 시절 청와대의 메모를 비교적 자세히 설명했다. ‘삼성 경영권 승계 국면→기회로 활용’ ‘경영권 승계 국면에서 삼성이 뭘 필요로 하는지 파악’ ‘도와줄 것은 도와주면서 삼성이 국가경제에 더 기여하도록 유도하는 방안 모색’ ‘삼성의 당면 과제 해결에는 정부도 상당한 영향력 행사 가능’ 등의 내용이 핵심이다. 박근혜 정부가 조직적으로 삼성의 경영권 승계를 도왔다는 특검의 논리를 뒷받침하는 내용으로 볼 수도 있다.
하지만 재계에서는 내용 자체로는 위법성이 있다고 보기 어려운데다 재판이 막바지인 상황에서 장외 여론전이 지나치다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재계 고위 관계자는 “기업을 도와줄 것은 도와주면서 기업이 국가 경제에 더 기여하도록 유도하는 방안을 모색하라고 하는 것은 당연히 정부 입장에서 해야 할 일 아니냐”며 “왜 이 시점에 이런 내용을 콕 짚어 발표하는지,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답답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