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경제·마켓

[브리핑+백브리핑]英, 국영기업 상장기준 완화… '프리미엄 상장'에 항목 신설

영국 금융감독청(FCA)이 국영기업의 런던증권거래소(LSE) 상장 기준을 대폭 완화하기로 했다.

FCA는 13일(현지시간) “투자자들이 선호하는 ‘프리미엄 상장’에 국영기업을 위한 별도 카테고리를 신설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앞으로 국영기업들에는 상장 후 유통주식 수가 적고 정책변경 등에 따른 소액주주들의 승인을 일일이 구하지 않아도 프리미엄 상장을 할 수 있도록 완화된 조건이 적용된다. 지금까지 런던증시에 프리미엄 종목으로 상장하려면 지분 25% 이상을 공개하고 독립이사 선출 등 주요 결정에 소액주주들의 사전 승인을 받아야 하는 등 까다로운 투자자 보호규정을 따라야 했다.

앤드루 베일리 FCA 청장은 성명에서 “투자자 보호가 중요하지만 타깃을 잘 설정해야 한다”며 “국영기업이 사기업과 다르다는 점을 투자자들은 잘 이해하고 있어 소액주주의 권리 보호 등 일부 요건을 완화해도 문제는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해외 국영기업 상장조건 완화 왜

공개지분 낮고 경영 간섭 꺼리는

세계 최대 대어 아람코 유치 포석


LSE가 국영기업 상장요건 완화에 나선 것은 세계 최대의 기업공개(IPO) ‘대어’로 예고돼 있는 사우디아라비아의 국영 석유기업 아람코의 상장 유치를 노린 조치로 해석된다. 아람코는 공개지분율이 5% 수준이고 외부 주주들의 경영간섭도 꺼려 런던증시에 상장한다면 FTSE100지수에 편입되는 프리미엄 종목으로의 상장을 포기하고 투자자들이 선호하지 않는 ‘스탠더드’ 상장을 택해야 할 것으로 여겨졌다. 이 경우 1조~2조달러로 예상되는 사상 최대 규모의 아람코 유치를 위해 뉴욕주식거래소(NYSE) 등 세계 각국 증시들이 벌이는 각축전에서 런던증시의 매력은 크게 떨어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번 조치로 LSE는 아람코가 까다로운 규율 적용을 피하면서도 런던 상장의 실익을 챙길 수 있는 길을 열어준 것으로 평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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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신들은 “금융허브의 위상을 지켜야 하는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는 지난 4월 아람코 유치를 위해 사우디를 방문하는 등 상장에 사활을 걸어왔다”며 “다만 투자자 보호를 외면한 이번 조치로 런던증시의 명성이 크게 훼손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김희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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