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는 올 상반기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인 중국에서 실적이 반 토막 났다. 미국에서도 주요 15개 글로벌 브랜드 중 가장 판매 감소폭이 컸다. 글로벌 판매 목표치인 508만대 달성은 사실상 물 건너갔다. 현대차의 한 고위임원은 “사실상 창사 이래 가장 어려운 상황”이라며 “분위기가 언제 반전될지 예상조차 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현대차 노동조합이 올해도 파업을 결의했다. 벼랑 끝 회사 상황에는 아랑곳없이 눈과 귀를 닫고 비현실적인 요구만 주장하고 있다. 남이 죽든 말든 나 혼자만 살겠다는 극단의 이기주의적 행태라는 지적이다. 현대차 노조의 파업 결의는 위기 상황인 한국 자동차 산업은 물론 하투(夏鬪) 시즌을 맞은 국내 제조업체에 대형 악재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현대차 노조의 파업은 매년 반복되고 있다. 1987년 노조 출범 이후 30년간 2009~2011년을 제외하면 해마다 파업했다. 파업에 따른 피해도 막심하다. 지난해에는 총 24일의 파업으로 14만2,000대의 생산 차질이 발생했고 3조1,000억원의 금전적 손해를 본 것으로 추산된다.
파업은 고용주에 비해 약자인 노동자가 자신의 권리를 지키기 위한 수단이다. 하지만 ‘귀족노조’인 현대차 노조는 더이상 약자가 아니다. 1987년 35명으로 결성된 노조는 출범 31년째인 올해 4만9,100여명의 조합원을 거느린 거대 조직이다. 급여는 웬만한 화이트 칼라 수준을 뛰어넘는다. 2015년 기준 현대차 직원의 평균 임금은 9,600만원이다. 세계 1위 도요타의 평균 임금이 2015년 7,961만원, 폭스바겐이 7,841만원인 것과 비교해도 월등히 많다. 하지만 현대차 노조가 차량 1대를 만드는 데 소요되는 시간(HPV)은 26.8시간으로 도요타(24.1시간), 폭스바겐(23.4시간), GM(23.4시간)보다 길다.
그럼에도 손에 쥐고 있는 것과 관계없이 매년 더 많은 것을 요구한다. 올해도 임금 15만4,883원(호봉승급분 제외) 인상, 순이익 30%(우리사주포함) 성과급 지급, 4차 산업혁명과 자동차산업 발전에 대비한 ‘총고용 보장 합의서’ 체결 등을 요구하고 있다. ‘안티 현대차’가 늘고 내수에서 수입차로 갈아타는 소비자의 외면에 노조도 한몫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매년 현대차의 파업이 이어지면서 생산 경쟁력은 악화일로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올 상반기 국산차 수출량은 132만4,710대로, 2009년(93만9,726대) 이후 8년 만의 최저 수준이다. 자동차 생산량은 인도에 뒤져 세계 6위로 내려섰다.
현대차 파업은 다른 4개 완성차 파업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 뻔하다. 기아차 노조는 17~18일 파업 찬반투표를 벌인다. 한국GM 노조 역시 중노위의 조정 결과가 나오는 대로 파업 돌입 여부를 결정한다. 최근 노사 분규가 없었던 쌍용차와 르노삼성차도 올해는 파업에 나설 태세다.
한편 노조의 파업 배경으로 노조 내부의 갈등도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현대차 노조 내에는 7개가량의 계파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파업 없이 회사와 합리적인 협상을 하려 해도 다른 계파의 눈치를 보며 결국 파업에 나설 수밖에 없는 분위기다.
김용근 한국자동차산업협회 회장은 “30년간 노조의 처우가 많이 개선됐지만 지나치게 노조를 보호하는 현재의 노동법에 대한 개정 없이는 반복되는 파업을 막기 힘들다”며 “대대적인 손질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강도원·조민규기자 theone@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