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가 지나가면서 찜통더위와 열대야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가뭄·장마로 잠잠했던 모기도 설쳐대기 시작했다. 염증성 피부질환인 여드름 등 피부 트러블이 잦아지고 모기 물린 팔·다리에 홍반이 선명하거나 칙칙하게 색소침착이 일어나 신경이 쓰이는 경우도 적지 않다.
무더위가 이어지면 피부에 윤기를 주는 피지가 모근 주위에 너무 많이 생성·축적돼 모공이 막히기 쉽다. ‘피부의 적’ 여드름의 시작이다. 세균 감염 등으로 염증이 생기면 붉은 뾰루지로 진행되고 심하면 곪기도 한다. 증세가 악화될수록 여드름 자국이 남을 가능성도 커진다.
여드름은 한 해 11만여명이 병·의원 진료를 받는 만성 염증성 질환이다. 남녀 모두 남성호르몬 안드로겐이 증가하는 중·고등학생 무렵 얼굴·등·가슴 부위에 피부 기름샘(피지선)이 커지면서 활성화된다.
최근에는 20대에 증상이 심해지거나 여드름이 새로 생기는 경우가 많다. 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여드름으로 병·의원을 찾은 환자 10명 중 4명(43%)은 20대로 나타났다. 이어 10대(31%), 30대(15%), 40대(6%) 순이었다. 20대가 가장 많은 것은 중·고등학생보다 시간적 여유가 있고 취업·연애·사회활동으로 피부에 신경 쓸 일이 많아지면서 진료를 받는 환자가 늘어난 게 큰 이유로 꼽힌다. 또한 피지 분비를 늘리는 스트레스·흡연·음주·수면부족·화장 등의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도 적지 않은 원인으로 작용한다. 생활습관이 좀처럼 바뀌지 않는 만큼 재발도 빈번하다.
성인 여드름은 턱과 턱선·목 등에 주로 발생해 다른 부위보다 치료가 어렵고 흉터도 잘 생긴다. 피부가 두꺼운 턱 주변에 여드름이 나면 염증이 오래 남아 볼록 튀어나오는 켈로이드성 여드름 흉터를 남길 수 있어 증상 초기에 대응을 잘해야 한다.
여드름에 염증이 생기면 처음에는 붉은 기가 돌다가 시간이 흐르면서 갈색으로 변하게 된다. 여드름을 잘못 짜면 약해진 피지선 벽이 파괴되고 염증이 심해진다. 피부과에서는 뜨거운 수증기로 모공을 넓히고 특수 기구로 여드름을 짜는 압출 치료를 하기 때문에 부작용을 줄일 수 있다.
피지가 안쪽으로 터지면 피부가 울퉁불퉁하게 튀어나오거나 패인 흉터가 생기기 쉽다. 이런 흉터는 자연적인 호전을 기대하기 어렵다. 흉터가 잘 남는 켈로이드성 체질이라면 더욱 그렇다.
다수의 염증성 병변을 보이는 중등도 이상의 여드름은 바르거나 먹는 약으로 조절한다. 살균·항염 효과가 있거나 각질을 벗겨 내 피지 배출을 돕거나 피지 분비를 줄여주는 약들이다. 염증에 의해 피부가 광범위하게 손상된 여드름 자국이나 흉터는 피부과에서 전문적인 치료를 받는 게 좋다. 상태에 따라 여드름을 빨리 없애주는 약·함몰 부분을 채워주는 필러를 주사하거나 박피술, 광역동치료(PDT) 등 레이저 시술 등이 있다.
여드름 예방을 위해서는 염증을 악화시키는 흡연과 과음, 강하고 잦은 세안은 피해야 한다. 가벼운 운동 등으로 스트레스를 풀고 충분한 수면으로 피부재생 기능을 원활하게 해줄 필요가 있다. 기름이 많거나 모공을 막는 화장품을 피하고 귀가 후 클렌저와 미지근한 물로 꼼꼼하게 세안한다. 이운하 인제대 상계백병원 피부과 교수는 “부적절한 여드름 관리는 색소침착·흉터로 이어질 수 있으므로 피부과 전문의의 도움을 받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모기에 물린 부위를 긁으면 염증이나 물집이 생기고 처치를 잘못하면 거무스름한 흉터가 남게 된다. 특히 다른 부위보다 건조한 팔·다리가 그렇다. 가려움증을 없애려면 물린 부위를 찬물에 깨끗이 씻고 물파스 등을 바르는 것이 도움이 된다. 가려움증·염증을 줄여주는 항히스타민제·소염제가 첨가돼 있어서다.
흉터에 자외선이 닿으면 일반 피부보다 더 많은 멜라닌이 생성돼 색소침착이 생기기 쉽다. 시간이 흐르면서 점차 흐려지다 대부분 6개월~1년 사이에 완전히 없어진다. 하지만 모기 물린 상처를 심하게 긁어 혈관 벽이 약해지면 혈액 속의 헤모시데린이라는 적혈구 내 철분 성분이 피부 조직에 스며들어 거무스름한 자국을 남기게 된다. 이 흉터는 색소침착과 달리 시간이 지나도 사라지지 않는다. 레이저 시술을 1~3회 받으면 색이 엷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