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가 올해 초 출시한 인공지능 휘센 듀얼 에어컨은 딥씽큐 기반의 ‘스마트케어’ 기능을 탑재했다. 공간학습 인체감지 센서를 통해 실내 환경을 감지하고 사람의 위치와 수를 파악해 냉방 공간, 냉방 모드, 공기청정 가동 등을 스스로 결정한다. 사람이 머무르는 공간에만 집중적으로 시원한 바람을 내보내는 쾌속냉방 구간에서는 실내 전체를 냉방할 때보다 최대 20.5%의 에너지를 아껴준다.
삼성전자의 무풍 에어컨 ‘무풍 열대야 쾌면’ 모드를 사용하면 밤새 에어컨을 껐다 켰다 할 필요 없이 입면-숙면-기상의 3단계 수면 패턴에 맞는 온도와 기류 제어가 가능하다. 불필요한 전력 소모 없이 쾌적한 숙면을 도와주는 것이다. 삼성의 히트아이템인 무풍 에어컨은 올해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사용자 생활환경을 학습해 최적 온도로 자동 제어하는 개인 맞춤형 기능을 추가하면서 더욱 스마트하게 진화했다.
인공지능(AI)이 가전의 생태계를 바꾸고 있다. 가전제품은 점점 똑똑해지고 새로운 형태로 진화하고 있다. 다음 단계는 가전과 가전, 가전과 모바일의 연결을 통한 ‘스마트홈’의 구현이다. 최근의 기술진보 속도를 보면 완벽하게 스마트홈이 구축되는 시기가 예상보다 빨리 다가올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가전의 AI 기능을 강화하며 ‘초연결’을 통한 스마트홈 구현을 위해 질주하고 있다.
여름철 필수 가전이지만 소비자에 따라 사용 취향이 극명히 갈리는 에어컨은 AI 기술이 집중적으로 적용되는 가전이다. 예를 들어 LG전자 휘센 듀얼 에어컨은 새로운 장소에 설치되고 난 뒤 약 1주일이 지나면 ‘스마트케어’ 기능 작동에 필요한 실내 공간 데이터를 확보한다. 삼성전자 무풍 에어컨도 센서를 통해 외부 날씨, 실내 온도, 공기오염도, 습도 등 환경 데이터를 분석하고 사용자가 환경 변화에 따라 어떻게 에어컨을 조절하는지 학습한다. 이를 통해 에어컨은 사용자 취향에 맞는 적절한 냉방을 제공할 정도까지 진화했다.
냉장고 역시 이제 사용자와 소통하는 가전으로 변신 중이다. 삼성전자 패밀리허브는 자연어 처리가 가능한 인공지능 음성인식을 탑재해 주방에서 필요로 하는 기능에 최적화된 서비스를 제공한다.
예를 들어 오늘의 날씨, 일정 등을 음성으로 물어보면 대답해주고, 음성으로 인터넷 검색도 할 수 있다. 패밀리허브의 큰 화면에서 레시피를 찾고, 필요한 식품을 음성으로 주문할 수도 있다. 패밀리허브로 집에 있는 다른 가전제품들도 음성으로 제어할 수 있다. 가전과 가전의 연결을 통한 스마트홈의 구현이다. 예를 들어 요리 중 더러워진 주방에 청소로봇을 불러 청소를 시킬 수도 있는 식이다.
LG전자의 인공지능 디오스 냉장고도 각종 센서를 통해 고객이 제품을 사용하는 패턴, 제품이 설치된 장소의 온도와 습도 등을 파악한다. 도어가 열리는 횟수와 시간을 분석해 사용자가 도어를 거의 열지 않는 시간대에는 자동으로 절전 운전한다. 온도와 습도가 높은 한여름에는 음식물이 쉽게 상하지 않도록 제균 기능을 최고 단계인 ‘파워 모드’로 설정한다.
세탁기 시장에서는 LG전자가 인공지능이 적용된 트롬 세탁기를 출시했다. 이 제품은 세탁기가 직접 날씨 정보를 파악하고 최적화된 세탁 옵션을 찾아낸다. 습한 날씨에는 강력한 탈수를 제공하고, 미세먼지가 많은 날은 헹굼 시간을 추가한다. 또 세탁기가 스스로 운전 패턴을 학습할 수 있어 고객이 자주 적용하는 세탁옵션을 기억했다가 상황에 맞는 세탁옵션을 스스로 추천한다. 사용자가 불림 세탁을 선택하거나 헹굼 횟수를 추가하는 경우가 많으면 세탁기가 이런 기능을 자동으로 추천 옵션으로 분류해주는 식이다.
삼성전자의 ‘플렉스 워시’ 세탁기 역시 기존에 시작·중지·모니터링 등 세탁 진행 과정 일체를 스마트폰으로 제어할 수 있는 기존 ‘스마트 컨트롤’ 기능에 인공지능을 바탕으로 한 ‘지능형 원격 서비스’를 더했다. ‘지능형 원격 서비스’를 적용하면 제품 스스로 원격 진단과 간단한 조치가 가능하고 계절·사용 환경 정보를 센싱·분석해 최적의 세탁 옵션을 원격으로 설정해 준다.
삼성전자가 올해 전 가전에 걸쳐 새롭게 선보이는 ‘지능형 원격 서비스’는 가전의 문제점을 실시간으로 파악하고 해결해 주는 기능을 갖췄다는 점에서 상당한 의미가 있다. 가전이 무선인터넷을 통해 삼성 클라우드에 연동되고, 클라우드에서 데이터 분석을 통해서 스스로 가전제품의 고장을 파악할 수 있다.
예컨대 소비자가 에어컨 실외기실 창문을 닫아 놓은 경우 열기가 빠져나가지 못해 실외기 이상 고온이 발생하고 냉방 성능이 저하될 수 있는데 이러한 상황이 발생하기 전에 클라우드에서 실외기 온도 변화를 분석해 사전 감지하고, 소비자에게 가이드를 제공하거나 원격 조치가 가능한 부분은 원격으로 수리해 준다. AI 비서가 가전의 애프터서비스(AS)까지 담당하는 셈이다.
전자업체들은 AI 서비스 강화를 위해 조직개편도 바꿨다. LG전자는 지난 달 CTO(Chief Technology Officer)부문에 ‘인공지능연구소’와 ‘로봇 선행연구소’를 신설했다. 그 동안 음성인식, 영상인식, 센서인식 등을 연구해 온 ‘인텔리전스연구소’를 각각 ‘인공지능’을 전담하는 ‘인공지능연구소’와 ‘로봇’을 전담하는 ‘로봇 선행연구소’로 분리해 확대 개편한 것이다. ‘인공지능연구소’는 고객이 제품을 사용하는 정보, 날씨와 같은 다양한 데이터를 음성, 영상, 센서로 인식-추론-학습하는 인공지능 플랫폼으로 구축해 스마트가전, 모바일, TV, 자동차부품, 로봇 등 전 사업에 적용할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자사의 AI 플랫폼인 빅스비를 통한 스마트홈 구축을 서두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