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방송된 ‘수상한 가수’에서는 복제 가수 뒤, 숨은 실력자 가수들의 치열한 대결이 펼쳐졌다. 델마와 루이스, 코피프린스, 엠마, 갑수 총 네 명의 무명가수와 복제가수가 출연했다.
‘수상한 가수’는 인기 스타가 무대 뒤 무명가수(숨은 실력자)의 복제가수, 즉 아바타가 돼 무대 위에서 무대를 선보이는 음악프로그램이다.
‘수상한 가수’의 포문을 연 수상한 가수는 델마와 루이스였다. 복제가수로는 개그우먼 장도연과 박나래가 나섰다. 델마와 루이스가 된 이들은 무대 뒤에 있는 실력자의 사연을 전함과 동시에, 무대 퍼포먼스인 마마무의 ‘넌is뭔들’을 선보이면서 객석의 환호를 자아냈다.
델마와 루이스에 맞서 등장한 수상한 가수는 코피프린스였다. 코피프린스의 복제가수는 홍석천으로, 故 백설희의 ‘봄날은 간다’를 열창했다. 트로트 가수인 코피프린스의 한 맺힌 듯한 가창력과 홍석천이 준비해 온 무대 퍼포먼스는 큰 감동을 선사하며 객석의 마음을 흔들었다.
실력 뿐 아니라 감동까지 선사해준 코피프린스는 다음 라운드에 진출할 수 있었다. 이후 공개된 델마와 루이스의 정체는 데뷔 이년차가 된 여성듀오 트윈나인의 조아라와 마수혜였다. 비록 탈락했지만 이들에게는 한풀이송이 있었다. 이들은 정인의 ‘장마’를 부르면서 그 실력을 유감없이 발휘했고, 이는 듣는 이들에게 묘한 감동을 전해주었다.
다음 무대는 엠마였다. 2005년 데뷔해 1위 후보에 오를 정도로 인기가 있었던 아이돌 그룹의 멤버였던 엠마였지만 멤버간의 불화와 여러 가지 상황들이 겹치면서 팀이 해체되고 혼자서 활동을 하게 됐음을 고백했다. 이후 오디션을 전전해야 했던 그는 최근 생계를 위해 MBC 드라마 ‘군주’의 포졸 엑스트라로 활동했음을 알리기도 했다.
복제가수는 공형진이었다. 공현진은 배우라는 직업에 맞게 엠마의 상황들을 진실되게 전했고, 이어진 김건모의 ‘서울의 달’의 무대를 꾸몄다. 다채로운 음색에 시원시원한 고음이 매력적인 엠마였지만, 코피프린스가 전해준 감동의 무대는 넘지 못했다.
이후 공개된 엠마의 정체는 그룹 파란의 멤버였던 에이스 최성욱이었다. 한풀이송으로 이승철의 ‘인연’을 부른 최성욱은 오랜만에 무대에 오른 한을 풀어내며 울컥하는 감동을 안겼다.
마지막 무대는 갑수로 복제가수는 배우 황보라였다. 1986년생으로 올해 32살이 된 갑수는 오디션 프로그램 출신으로 TOP6까지 오를 정도로 실력자였다. 오디션 프로그램에 출연한 이후 소속사도 생기고 데뷔도 준비했지만, 프로그램이 주는 효과는 2년이 채 넘지 못했다. 갑수는 “예쁜 것도 아니고 나이가 어린 것도 아니고 메리트가 없었던 것 같다 2년간 데뷔가 미뤄져 노래가 싫어지기도 했었다”고 솔직한 심경을 고백하기도 했다.
이후 갑수는 박진영의 ‘스윙 베이비’를 열창했다. 여유가 느껴지는 갑수의 목소리에 마치 한 편의 뮤지컬을 보는 듯한 황보라의 퍼포먼스는 객석을 환호하게 만들기 충분했다. 이후 황보라는 “원래 다른 곡이었는데 이틀 전에 곡이 변경됐다. 이후 2일간 치열하게 연습했다”고 말했다. 결국 우승은 갑수에게 돌아갔다.
이후 공개된 코피프린스의 정체는 과거 그룹 유니스로 데뷔했던 트로트 가수 장민호였다. 장민호는 자신의 노래인 ‘남자는 말합니다’를 부르면서 무대를 마무리 했다.
‘수상한 가수’는 MBC 예능프로그램 ‘일밤-복면가왕’(이하 ‘복면가왕’)을 만든 민철기 PD가 CJ E&M으로 이적한 이후 처음으로 선 보이는 프로그램으로 알려치면서 처음 눈길을 끌었다. 민 PD의 ‘수상한 가수’ 제작 소식이 들려왔을 때 여론의 반응은 반으로 나뉘었다. 새로운 프로그램에 기대한다는 응원의 목소리도 있었지만, ‘복면가왕’의 또 다른 자가복제가 이뤄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던 것이다. 실제 ‘수상한 가수’는 정체를 숨기고 노래를 부르는 ‘복면가왕’과 립싱크를 소재로 했다는 점에서 Mnet ‘너의 목소리가 보여’와 유사점이 존재했던 것이다.
하지만 베일을 벗고 나니 ‘수상한 가수’는 이전 음악프로그램과는 또 달랐다. “‘복면가왕’의 역발상”이라는 민 PD의 말처럼 ‘수상한 가수’는 정체를 맞추기 보다는 무명가수를 맞춰, 이들의 이야기와 무대에 더 집중했다. ‘복면가왕’ ‘너목보’와 달리 ‘정답’을 맞추는 것이 중요하지 않다는 것이다. 무명가수에 더 집중하고자 한 점은 한풀이 송을 통해 더 분명하게 드러났다.
첫 회인 만큼 ‘수상한 가수’가 물론 완벽한 것은 아니었다. MC 강호동은 지나치게 긴장을 했으며, 예능적인 재미를 주는 것도 좋지만 패널들의 멘트 또한 다소 어수선했다. 아무리 ‘복면가왕’ PD가 만든 예능이라고 하지만, 구성 곳곳에 남아있는 ‘복면가왕’ 적인 분위기는 완전히 지우지 못했다. 그럼에도 ‘수상한 가수’는 이 같은 아쉬움을 보다는 프로그램이 추구하고자 하는 기획의도는 분명하게 드러났다. 완벽하지는 않지만 앞으로 계속 응원해주고 싶은 프로그램의 탄생이었다.
한편 ‘수상한 가수’는 매주 금요일 오후 8시20분 방송된다.
/서경스타 금빛나기자 sestar@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