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정치·사회

류샤오보 시신 화장돼 바다에 뿌려져…“죽어서도 자유롭지 못했다”

류샤오보 시신 화장돼 바다에 뿌려져…“죽어서도 자유롭지 못했다”




노벨평화상을 수상한 중국의 인권운동가 류샤오보(劉曉波)의 유해가 사망 이틀 만에 화장돼 15일 바다에 뿌려졌다.


AP·AFP·교도통신 등에 따르면 류샤오보의 형 류샤오광(劉曉光)은 이날 오후 중국 당국이 마련한 기자회견에서 이날 오전 동생의 시신을 화장하고 수 시간 후인 정오께 유해를 바다에 뿌렸다고 밝혔다.

류샤오보의 친구들과 지지자들은 중국 당국이 류샤오보의 흔적을 영구히 지우려는 의도로 그의 유해를 바다에 뿌렸다고 보고 있다.

류샤오광은 회견에서 당국이 동생의 “특수한 상황”을 고려해 “인도주의적 배려”를 해줬다며 중국 공산당에 감사의 뜻을 표하면서 류샤는 건강 상태가 좋지 않아 기자회견에 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기자들의 질문은 받지 않았다.

류샤오광은 오랫동안 동생의 견해에 반대해 그의 활동에도 비협조적이었던 인물이라고 류샤오보의 지인들은 전했다.

중국 당국은 이날 류샤오보의 부인 류샤(劉霞) 등이 원형 유골 단지를 바다로 내리는 모습을 찍은 영상을 공개했다.

선양시 관계자 장칭양은 “유가족 뜻과 지역 관습에 따라” 류샤오보의 시신을 화장했으며, 유해를 류샤가 받았다고 밝혔다.

그러나 교도통신은 유족은 류샤오보의 유해를 베이징(北京) 집으로 가져가고 싶어 했다고 보도했다.


앞서 일본 아사히신문도 중국 정부가 류샤오보의 시신을 화장하고 유해를 바다에 뿌릴 것을 유족에게 요구했으나 유족은 이를 거부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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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결국 류샤오보의 유해가 바다에 뿌려지면서 가족과 지지자들은 그를 직접 추모할 물리적인 공간을 잃게 됐다.

교도통신은 중국 당국이 류샤오보의 묘소가 향후 민주화 운동의 중요한 유적지가 될 것을 우려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그의 모든 장례 절차는 당국의 철저한 통제 속에 서둘러 진행됐다.

선양시 측은 화장에 앞서 고인을 보내는 의식에 “친구들”이 왔다고 했으나, 당국이 공개한 의식 사진에 친구로 보이는 사람은 없었다고 류샤오보의 친구들은 주장했다. 또 류샤오보의 친지 여러 명도 이 의식에 참석하지 못했다고 교도는 전했다.

인권단체 국제앰네스티(AI) 동아시아 지역 담당자 니콜라스 베클린은 트위터에 이번 기자회견은 “내가 본 가장 잔혹하고 냉담한 쇼 중 하나”라고 평가했다.

류샤오보 부부와 친분이 깊은 중국 반체제 인사 후자(胡佳)는 “류샤오보가 장례 기간에도 자유롭지 못했다는 게 가장 터무니없다”고 AFP에 전했다.

대다수 중국 매체가 류샤오보 별세 소식에 침묵하는 가운데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이날 류샤오보의 유해가 화장 후 바다에 뿌려졌다고 짧게 보도했다.

신화통신은 이날 류샤오보 시신 화장에 앞서 류샤와 친구들이 참석한 가운데 간단한 의식이 열렸으며, 가족의 뜻과 지역 관습에 따라 그의 유해를 바다에 뿌렸다는 기자회견 내용을 그대로 전했다.

[사진=연합뉴스]

전종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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