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 문제는 정말 풀기 어려운 3차 고등방정식입니다. 단순히 핵 문제를 넘어 북한의 정치적 구도와 북중관계까지 모두 고려한 복합적인 사고로 접근할 때 비로소 답을 찾을 수 있습니다.”
이수혁(사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6일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북핵 문제를 풀 수 있는 ‘신의 한 수’가 있었다면 1차 북핵 위기가 발발했던 1992년에 이미 해결됐을 것”이라며 “북한이 핵무장 의지를 포기하지 않는 사이 해법도 꼬인 만큼 다각적인 각도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 의원은 2003년부터 2년 가까이 북핵 6자회담의 한국 측 초대 수석대표를 맡아 최일선에서 협상을 이끌어온 북핵 전문가다. 지난해 총선 직전 문재인 대통령의 영입으로 민주당에 입당한 그는 지난달 22일 청와대로 자리를 옮긴 문미옥 의원의 비례대표직을 승계해 국회에 입성했다. 이 의원이 국회 입성 이후 언론과 인터뷰를 가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의원은 북핵 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3가지 가설을 모두 염두에 둬야 한다고 조언한다. 그가 제시한 가설은 ‘북한은 핵을 포기하지 않는다’ ‘북한은 망하지 않는다’ ‘중국은 북한을 버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 의원은 “만약 북한이 핵을 포기하지 않는다는 가설에만 집착한다면 핵 시설 타격이 해법이겠지만 핵 시설 폐쇄로 당장 북한이 붕괴하지 않을뿐더러 중국도 가만히 지켜보고만 있지는 않을 것”이라며 “결국 3가지 가설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만 답을 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역설적으로 ‘북한은 핵을 포기해야 하고, 북한은 망해야 하고, 중국은 북한을 버려야 한다’는 목표를 이루기 위해 3가지 가설을 전제해야 하는 것”이라며 “북핵 문제에 관해서는 ‘워스트(worst)’ 시나리오에 대비한 플랜을 짜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 의원은 대북 정책은 무엇보다 제대로 된 진단이 전제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자꾸 대통령이 나서서 ‘통일이 대박’이라는 메시지를 던지면서 북핵 문제 해결과 통일이 금방이라도 가능하다는 식으로 접근하면 결국 오류를 범하게 마련이다. 진단이 잘못되면 제대로 된 처방이 내려질 수 없다”며 박근혜 정부의 대북정책을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본인 스스로 ‘협상파’로 규정 짓는 이 의원은 북핵 문제를 포함한 외교 현안을 풀어가는 데 있어 협상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그는 “국가 간 외교도 결국은 사람과 사람의 신뢰관계 토대 위에서 주고받으며 풀어나가는 것”이라면서 “특히 갈등관계를 해결하기 위해선 미리 답을 정하고 접근하는 게 아니라 꾸준한 협상을 통해 답을 만들어가는 지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국민적 공분을 사고 있는 한일 위안부 합의 문제에 대해서는 재개정 가능성을 언급했다. 이 의원은 “양국정부 간 정치적 합의의 산물인 한일 위안부 합의에 명시된 ‘불가역적’이라는 표현은 정치인의 언어라면 모를까 외교관이 만들어낼 표현은 아니라고 본다”며 “누구나 수용할 수 있는 합의 문구를 이끌어내지 못하고 일본의 주장을 받아들인 것은 유감스러운 일”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이 의원은 한일 위안부 합의의 개정 가능성은 충분히 열려 있다고 내다봤다. 그는 “문서로 합의된 경우라도 자국에 이익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하면 파기할 수 있고 국제적 조항도 탈퇴 조항이 있을 정도로 되돌릴 수 없는 불가역적인 국가 간 합의는 있을 수 없다”며 “지도자가 외교역량을 잘 발휘하면 위안부 합의의 개정을 이끌어낼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현상·하정연기자 kim0123@sedaily.com 사진=권욱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