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7,530원 최저임금 쇼크] "기업 감당 못하게 하고 재정으로 메우나"…예산확보 논란 예고

<파장·문제점은>

영세업체 “月 14만원 받겠다고 신청…해고가 더 빨라”

文정부 소득불평등 줄이고 내수 활력 기대한다지만

고용·투자 축소→소득감소→경기침체 악순환 우려

1715A03 최정임금인상에따른정부지원개요




문재인 정부는 ‘최저임금 인상’을 소득주도 성장의 첫걸음으로 보고 있다. ‘최저임금 인상→근로자 소득 증대→소비 증가→경제 활성화’라는 이른바 ‘분수효과’를 통해 소득불평등도 줄이고 내수 활력도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이를 두고 의견은 갈린다. 저소득층에는 효과가 분명 있지만 속도가 빠를 경우 소상공인나 영세중소기업들은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고 그것이 오롯이 한국경제의 비용으로 다가설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이 많다. 적정 수준을 넘어 감당하기 힘들 경우 고용감소나 폐업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1715A03 최저임금도 못받는기업규모


실제 연구 결과는 경제성장률 하락의 부작용도 있었다. 박기성 성신여대 경제학과 교수에 따르면 미국과 영국·프랑스·스페인·일본 등 최저임금제도가 도입돼 있고 관련 자료가 존재하는 15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의 지난 1980년부터 2008년까지의 경제상황을 분석해보니 평균임금 대비 최저임금 비율이 10%포인트 상승하면 경제성장률이 0.51%포인트 하락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원배분의 비효율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고용도 줄어든다. 2016년 최저임금 6,030원이었을 때를 기준으로 최저임금이 7,000원에 이르면 4만6,000~6만5,000명, 8,000원일 경우 12만5,000~15만4,000명이 감소한다. 9,000원으로 뛰면 일자리 감소분도 17만3,000명에서 최대 31만1,000명까지 급증한다. 이번에도 최소 수만개의 일자리가 사라질 수 있다는 뜻이다.

올해처럼 급격히 증가했을 때 부작용도 컸다.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률인 16.4%는 ‘폭등’에 가깝다. 최근 5년간 인상률이 7.4%에 불과하고 2011년 이후에도 5~8% 수준을 지켜왔다. 올해 경제성장률이 추가경정예산 효과를 고려해도 3% 정도 수준임을 감안하면 16%에 달하는 최저임금 인상은 기업들의 감당 능력을 넘어선다는 것이 공통된 의견이다. 편의점이나 패스트푸드점·음식점들의 경우 이번 최저임금 인상으로 영업이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기업 입장에서는 고용과 함께 투자도 축소할 수밖에 없다. 인건비가 급증해 투자 여력이 자연스럽게 줄어드는 것이다. 정부의 의도와는 반대로 ‘최저임금 인상→고용·투자 축소→소득 감소→경제침체’라는 악순환의 고리에 빠져들 가능성이 있다. 1988년부터 2013년까지 우리나라의 평균 임금 대비 최저임금 비율과 경제성장률 간의 관계를 보면 최저임금 비율이 높을수록 경제성장률이 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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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15A03 다시늘어나는자영업자수


이뿐 아니다.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부작용이 서민과 어려운 계층에 쏠릴 수 있다. 지난해 기준으로 최저임금 미만 사업장의 95.1%는 100인 이하 사업장이다. 익명을 요구한 경제단체의 한 고위관계자는 “소규모 기업이 최저임금을 올린다고 하면 수익성이 악화하고 고용을 줄이게 된다”며 “고용감소는 대부분 취약계층의 일자리 상실로 이어진다”고 지적했다.

일부 비용은 고객들에게 전가될 확률도 높다. 음식점과 영세점포의 경우 최저임금 인상분을 제품이나 서비스 가격 인상으로 대응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기업이나 공공기관처럼 정부의 소득주도 정책에 발맞춰 임금을 올려줄 수 있는 데가 아닌 중견기업이나 중소기업 종사자들은 장바구니 물가 인상으로 되레 어려움이 커지게 된다.

물론 정부는 일자리안정지금 지원으로 이 같은 문제를 막겠다고 한다. 이번에 3조원을 지원하고 1년 이상 계속 지원사업으로 가져갈 수 있다는 뜻을 밝힌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계속지원에도 걸림돌이 많다. 당장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인건비 직접 지원은 유례가 없다. 영국이나 프랑스 등은 최저임금 많이 올랐을 때 세제 지원을 한 정도다. 게다가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대로라면 내년에도 큰 폭의 최저임금 인상이 불가피하다. 수조원대의 예산이 매년 들어가야 하는 셈이다. 정부도 최소 3년은 지원해야 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측했다. 재정지원 규모가 눈덩이처럼 커질 수밖에 없다.

30인 미만이 아니라 사이에 낀 ‘샌드위치 기업’들은 어떻게 할지도 관건이다. 정부는 30인 미만이라도 형편이 괜찮은 기업을 배제하는 식으로 구체적인 지원조건을 정한다는 입장이지만 정부 지원사업에서 소외되는 계층은 나올 수밖에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얘기다. 결국 최저임금 인상이 이를 보전해줄 수 있는 일부 대기업 임직원들에 대한 혜택으로 돌아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은 고용감소나 불법을 저지르는 기업들만 양산하게 될 것”이라며 “대기업 노동조합은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격차를 근거로 급여를 더 올려달라고 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세종=김영필기자 susopa@sedaily.com

김동연(오른쪽 두 번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6일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문재인 정부 들어 첫 경제관계장관회의를 열고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김동연(오른쪽 두 번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6일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문재인 정부 들어 첫 경제관계장관회의를 열고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영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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