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공정거래위원회가 기업의 독과점 방지에만 초점을 맞췄던 독점금지법을 동원해 프리랜서의 근로조건 개선에 나설 방침이라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이 16일 보도했다. 프리랜서에게 일을 발주하는 조건으로 경쟁사와의 계약을 장기간 제한하거나 자사와 계약한 프리랜서에게 발주하지 않도록 동종업계에 요구하는 행위는 독점금지법 위반이 될 수 있다. 프로그래머나 회계사 등 전문성이 높은 직군의 경우 기업 간 인력쟁탈 과정에서 보수가 급등하는 것을 막기 위해 기업들끼리 카르텔을 맺는 것도 법 위반이 된다.
보도에 따르면 일본 공정위는 다음달 후생노동성·스포츠청과 협력해 특정 회사와 고용계약을 맺지 않고 자유롭게 근무하는 프리랜서의 근로조건 실태조사에 나설 예정이다. 이번 조사에서는 특히 기업들이 우월적 지위를 남용해 프리랜서를 상대로 불공정한 계약조건을 내걸고 있는지를 중점적으로 살펴볼 방침이라고 신문은 전했다.
프리랜서는 기업과 대등한 관계에서 업무을 맡는 전문직으로 크라우드소싱 업체인 랜서스에 따르면 일본 내 프리랜서는 1,122만명 정도에 달한다.
■日 공정위 태도 바뀐 이유는
클라우드 소싱에 업무방식 다양화
아베 정권 추진 ‘근로개혁’ 맞물려
그동안 노동 분야에 대한 독점금지법 적용에 소극적이던 일본 공정위가 입장을 바꾼 데는 일본 노동시장 환경 변화가 배경이 된 것으로 보인다. 개인이 인터넷을 통해 사업을 발주하는 ‘클라우드소싱’이 확산하면서 일하는 방식이 다양해지고 있는데다 아베 신조 정권이 추진하는 근로개혁까지 맞물려 일본 내 프리랜서가 급증하는 상황에서 ‘노동법’의 사각지대에 있는 이들이 유연하게 움직일 환경을 정비하는 것이 국가 경쟁력 제고에 도움이 된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공정위 간부는 “원재료의 카르텔은 적발하면서 인재 채용을 둘러싼 카르텔이나 불공정한 관행을 못 본 척하는 것은 이상하다”고 말했다. 신문에 따르면 미국이나 유럽에서는 이미 노동 분야에 독점금지법을 적용하고 있다.
신문은 “공정하고 유동성 높은 시장을 조성한다면 프로 인재의 근로 기회를 제고할 수 있고 기업 생산성 및 국가경쟁력 향상도 가능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