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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터리]4차 산업혁명과 집

김승배 피데스개발 대표이사



‘가상현실이라 해봤자 그게 그거겠지.’ 이런 선입견이 어느 날 첨단 가상현실(VR)을 체험해보고 여지없이 깨졌다. 시선에 따라 반응하는 생생한 주변 전경,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잎, 눈길에 따라 펼쳐지는 파노라마 전망. 가상현실 속 계단은 너무 생생해 헛발질하며 허우적댈 수밖에 없었다. 바로 시작하지 않으면 늦겠다는 절박함으로 지난해부터 아파트 분양 모델하우스에 VR체험관을 설치했다. 의외로 반응이 뜨거웠다.

지난 2016년 스위스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포럼)에서 4차 산업혁명이 언급되고 난 후 4차 산업혁명은 어느덧 우리 주변에 가까이 다가와 있다. 인공지능·사물인터넷·클라우드컴퓨팅·빅데이터·인공장기, 200세 시대 등이 벌써 익숙하다. 초지능·초연결의 시대가 바로 코앞이다. 첨단 정보통신기술이 경제·사회 전반에 융합돼 인류 문명의 모든 것을 바꿀 것이라고들 한다.

주택시장도 혁명적 변화의 조짐이 있다. ‘아피스코르’라는 러시아의 스타트업 회사는 3D프린터로 하루 만에 콘크리트 집을 지었다고 한다. 총비용은 1만달러, 내구연한은 175년이라고 한다. 중국의 ‘윈선’이라는 3D프린팅 건축기업은 2015년에 이미 단 6일 만에 3D프린터로 지어낸 5층 아파트를 공개한 바 있다.


4차 산업혁명은 지난 20년간의 변화에 비해 비교할 수 없을 속도로 많은 변화를 가져올 것이다. 주택업계는 ‘공간을 효율적으로 밀도 높고 쾌적하게 만드는 것’이 화두가 될 것이다. 협소 주택이 관심을 끌고 도심 자투리땅 개발인 ‘인필개발(infill)’이 붐을 이루는 것도 이런 연유에서다. 좋은 집을 싸고 빠르고 안전하게 만드는 시대가 열릴 것이다. 주거공간 부족과 비싼 집값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찾게 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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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주택시장은 많은 잠재력을 갖고 있다. 정보기술(IT) 강국에다 짧은 기간에 신도시를 만들어낸 경험이 있다. 당면한 베이비 부머 은퇴, 도시재생이 4차 산업혁명을 만나면 뭔가 새롭고 놀라운 기회를 만들어낼 수도 있다. 전원생활을 꿈꾸는 아파트 주민의 거실 창에는 새벽 안갯속 피톤치드가 뿜어져 나오고 예술가의 방 천장에는 하늘을 물들이는 노을, 대자연의 오로라가 펼쳐진다. 가상이 현실이 될 것이다. 도시는 스마트 시티로 집은 스마트 하우징으로 바뀔 것이다.

우리는 4차 산업혁명을 어떻게 맞을 것인가. 누구도 명쾌한 답을 내놓을 수는 없다. 인류 전체가 경험하지 못한 길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결국 가야 하는 길이기도 하다.

변화의 물결 앞 풍전등화가 될 것인가. 아니면 새롭게 도약하고 발전할 천재일우의 기회로 삼을 것인가. 우리가 어떻게 변화를 받아들이고 행동할 것인지에 달려 있다. 바로 지금이 4차 산업혁명을 절대적 명제로 인식하고 서로 협력해 치열하게 풀어나가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

김나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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