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올봄부터 지난달 말까지 계속된 가뭄에 마음을 졸였던 충북지역 농민들이 이번엔 폭우로 두 번 울었다.
17일 청주기상지청에 따르면 올 1∼6월 충북 평균 강수량은 218㎜로 평년(422㎜)의 52% 수준에 불과하다. 농민들의 노력에도 워낙 물이 부족해 수확한 감자는 씨알이 작았고, 수확량도 줄었다. 봄에 파종한 옥수수며 고추도 작황이 나빠 농민들의 한숨이 끊이지 않았다. 농민들은 애지중지 키운 농작물이 제대로 자랄 수 있도록 사력을 다해 가뭄과 싸웠다.
이런 지극 정성은 전날 한순간에 물거품이 됐다. 지난 16일 290㎜의 강수량을 기록한 청주를 비롯해 중부권에 폭우가 쏟아졌다. 농경지는 순식간에 폐허로 변했다. 농민들은 황무지로 변한 농경지를 보고 망연자실했다.
지난달까지만 해도 극심한 가뭄을 걱정했던 농민들로서는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비가 내렸다. 16일 오후 5시 현재 충북지역에 내린 물 폭탄으로 농경지 4,215ha가 침수되거나 매몰 또는 유실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지역별로는 청주가 3,914㏊로 가장 심했다. 이어 증평 180㏊, 진천 70㏊, 괴산 39㏊, 충주 12㏊ 순이었다. 농작물별로는 벼 3천691ha, 시설작물 426㏊ 인삼 13㏊, 기타 밭작물 85㏊ 등이다.
청주와 증평에는 이날 하루 290㎜와 225㎜의 물 폭탄이 떨어졌다. 청주에는 시간당 90㎜가 넘는 폭우가 쏟아져 도심 기능이 마비되기도 했다. 피해가 청주와 증평 등 충북 중부지역에 집중될 수밖에 없었다.
본격적인 확인 작업이 진행되면 시설작물의 피해 면적은 더욱 늘 것으로 보인다. 지난 11일에는 진천군 덕산면 신척리 일대에 큰 비가 내려 이 일대 수박 재배농민들이 큰 피해를 입었다. 수확을 불과 나흘 앞두고 내린 장대비로 자식처럼 키운 수박을 모두 잃은 것이다.
충북도의 한 관계자는 “시설 작물의 경우 워낙 피해가 커 현재 키우고 있는 작물을 모두 뽑아내고 다른 작물을 파종하는 상황까지 올 수 있다”고 전했다.
/김민제 인턴기자 summerbreeze@sedaily.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