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이 1,120원대로 내려앉았다. 지난주 재닛 옐런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의 예상 밖 ‘비둘기파적’ 발언에 더해 6월 미국 물가지표도 부진하게 나오면서 달러가 맥을 못 추고 있다.
17일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3원8전 내린 1,129원5전에 거래를 시작했다. 원달러 환율이 1,120원대로 내려앉은 건 지난 6월 15일(1,124원1전·종가 기준) 이후 한 달 여 만이다.
주말에 발표된 6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의 영향이 컸다. 미국 노동부에 따르면 6월 CPI는 전월 대비 보합을 기록하며 4개월 연속 상승률이 둔화되는 모습을 보였다. 미국 6월 소매판매도 전월대비 0.2% 감소해 시장 예상(0.1%)에 못 미쳤다.
이에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전 거래일 95.153을 기록하며 10개월 여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지난 12일(현지시간) 옐런 의장이 기존의 매파적 스탠스를 한 발 물리면서 이미 달러 강세에 대한 시장의 기대가 약해진 상황이다보니 타격이 더 컸던 것으로 풀이된다. 미 연준의 연내 추가금리인상 가능성에 대한 시장의 예상도 더 약해졌다.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미 연방기금 금리 선물시장이 전망하는 연내 금리 인상 확률은 지난 13일 54%에서 48.8%로 떨어졌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달러 약세를 반영해 이날 원달러 환율이 1,120원대 중반까지 바닥을 낮출 것으로 내다봤다. 위험 선호 분위기가 살아나면서 전 세계 증시도 활황을 보이고 있다. 다만 수입업체 결제 수요와 국민연금 등 해외투자 수요 물량이 ‘쌀 때 사자’는 분위기에 몰릴 수 있어 1,120원대 초반까지 떨어지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엔화는 약세를 이어가는 모습이다. 전 거래일 1,000원44전에 장을 마치며 1,000원선을 겨우 유지했던 원엔환율은 이날(하나은행·9시 기준) 4원32전 오른 1,004원76전에 거래를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