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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인터뷰①]윤서현,“먹구름이 낀 날은 더 힘들지만...0.1% 발전을 위해 노력 중”

“100% 만족은 없어요. 항상 부족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잠들기 전, 공연 들어가기 전에도 늘 대본을 다시 봐요. 관객들은 거기서 거기라고 느낄 수도 있지만 전 거기서 거기가 아니라고 생각해요. 0.1% 발전을 위해 노력해요. 모든 배우가 그럴 거라고 생각해요.”




2006년 뮤지컬 ‘페이스오프’ 이후 11년만에 무대에 돌아온 윤서현은 지킬박사로 활약 중이다. 두산아트센터 연강홀에서 공연 중인 연극 ‘술과 눈물과 지킬앤하이드’(술눈지, 연출 정태영)는 인간의 ‘선’과 ‘악’을 완벽하게 분리하는 신약 개발에 실패한 지킬 박사(윤서현· 김진우)가 자신의 악한 인격을 연기할 무명배우 ‘빅터’(정민· 장지우)를 고용하면서 생기는 하루 동안의 이야기를 그려낸 예측불허 코미디 연극이다.

연극 ‘술과 눈물과 지킬앤하이드’ 윤서현 /사진=지수진 기자연극 ‘술과 눈물과 지킬앤하이드’ 윤서현 /사진=지수진 기자


100분 동안 쉴 새 없이 이어지는 예측불허 상황에 지킬과 빅터는 온 몸에 땀이 흐르게 된다. 특히 속옷까지 흠뻑 젖을 정도로 에너지 소모가 많은 극이다. 배우들이 힘들면 힘들수록 객석에선 웃음보가 터지는 ‘술눈지’의 히어로 윤서현 배우를 만났다.

“여름에 흘릴 땀을 다 흘렸어요. 평소에 운동을 많이 하는 편인데, 운동을 끊고 공연만 하고 있어요. 그런데 살이 계속 빠지고 있어요. 연극 ‘술눈지’ 한다고 하니까, ‘막돼먹은 영애씨’(막영애)를 함께 한 김산호 배우가 한마디 하던걸요. 산호 배우도 이 작품을 했었잖아요. 농담처럼 “형 그 나이에 왜 그 작품을 해? 고생을 사서 하네. 반은 죽어”라고 했는데, 진짜 그 말처럼 초반엔 정말 죽겠다 싶더라니까요.”

땀과 눈물로 만들어진 연극이다. 그렇기에 ‘술눈지’ 대기실엔 미니 세탁소가 마련 돼 있을 정도. “의상 세탁을 매일 매일 하고 있어요. 세탁소처럼 거대하진 않지만 세탁기와 건조기가 마련 돼 2시간 정도 의상을 말리면 바로 뽀쏭 뽀송 해져요. 우리집에도 있으면 좋겠다 싶을 정도로 마법 같던걸요.”

윤서현이 만들어 낸 지킬은 지금까지의 역대 지킬보다 훨씬 더 진지하다. 지킬 박사가 가짜 약을 발명 할 수 밖에 없는 이유가 납득이 돼 진한 페이소스가 묻어난다.

“이브에 대한 순수한 사랑, 신약 개발에 실패한 박사의 마음 등 여러 가지를 종합해서 관객들이 지킬의 페이소스를 알아줄까란 부분이 관건이었어요. 페이소스가 있는 인물이 지킬 밖에 없는데, 그 정도 깊이를 배우가 구현해 낸다는 건 아직까지 숙제에요.”

“무겁게가 아닌 조금 더 진지하게 가고 싶었어요. 어찌보면 정말 말도 안 되는 상황인데, 말이 안 되게 연기를 하면 웃기기야 하겠지만, ‘술눈지’가 원하는 건 그게 아니란 생각이 들었어요. 말도 안 되는 코미디극은 아니거든요. ‘지킬이란 인물이 그럴 수 밖에 없었구나’란 걸 공감하게 만들어야 하잖아요. 저렇게 공부만 하고 유능하고 명성 높은 엘리트 박사님이 가짜 약을 발명할 수 밖에 없었다! 진지하게 고민해도 이 방법밖에 없다는 결론이 나온 거잖아요. 그 부분을 좀 더 고민했어요. 장난으로 빅터를 데리고 온 게 아니거든요.”

‘술눈지’는 단순 코미디극이 아닌 상황 코미디극이다. 다시 말해 하이 코미디극에 가깝다.

연극 ‘술과 눈물과 지킬앤하이드’ 공연 장면연극 ‘술과 눈물과 지킬앤하이드’ 공연 장면


연극 ‘술과 눈물과 지킬앤하이드’ 공연 장면연극 ‘술과 눈물과 지킬앤하이드’ 공연 장면


“전체적으로 코미디극으로 보이는데, 상황 코미디극이라 내가 굳이 웃기려고 하지 않아도 상황이 웃겨주는 극이에요. 그래서 어디 부분이 더 웃기고 덜 웃기는지 강약조절이 쉽지 않아요. 확실한 건 과하지 않게 해야 사람들이 더 웃을 수 있다는 점이죠. 멋있는 사람이 아저씨 개그를 하는 우를 범하고 싶지 않았어요. 하이코미디 극에서 배우가 자기 맘대로 놀아선 안 된다는 걸 명심하고 있어요.”


드라마 ‘막돼먹은 영애씨’, ‘싸우자 귀신아’, 영화 ‘90분’, ‘미스터 소크라테스’ 등 연극 무대는 물론, 매체를 넘나드는 활약을 하며 20년차가 넘는 베테랑 배우이지만, 이번 ‘술눈지’는 만만치 않은 작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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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윤서현은 ‘술눈지’의 작가이자, 일본 최고의 스타작가 ‘미타니 코키’에게 물어보고 싶은 질문들이 많다고 했다. ‘미타니 코키’는 뮤지컬 ‘오케피’, 연극 ‘웃음의 대학’, ‘너와 함께라면’, 영화 ‘웰컴 미스터 맥도날드’, ‘매직아워’, ‘멋진 악몽’ 등으로 알려진 작가로 그는 시종일관 웃음이 터지는 코미디의 틀 안에서 기쁨과 슬픔, 재미와 메시지를 동시에 추구하는 게 특징이다. 최근엔 한국 번역가 김태희씨가 ‘술눈지’ 공연을 보러 와 배우에게 힘을 실어주고 갔다고 한다.

“작가를 직접 만나는 게 하늘에 별 따기라고 들었어요. 그 만큼 바쁘고 유명한 분이시니까요. 그러던 중 번역가 분이 보러오셔서 원작에 가장 근접한 지킬을 만들어냈다고 칭찬을 해줬어요. 사실 그날 공연이 잘 되긴 했어요. 하하. 흐름이나 리듬이 늘 달라서 전체적인 극장 안의 공기가 다르다는 걸 체감하고 있어요. 관객들이 어떤 마음으로 와서 앉아 있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것 같아요. (관객들 반응이)먹구름이 낀 날은 배우가 정말 힘들어요. 극 안에서 조금 더 (웃음 포인트가 되는)바늘을 찌르고 싶어서 몸부림을 치죠. 그날 그날 조금씩 차이가 있어요.”

연극 ‘술과 눈물과 지킬앤하이드’ 윤서현 /사진=지수진 기자연극 ‘술과 눈물과 지킬앤하이드’ 윤서현 /사진=지수진 기자


윤서현은 ‘미타니 코키’가 최고의 작가인 점은 “대사 한마디 한마디가 상황을 살릴 수 있게 명확하게 쓰여져 있다”는 점을 꼽았다.

“미타니 코키가 직접 연출 하는 작품에 꼭 출연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 분이 날 쓰려나? 하는 의심은 들지만(웃음), 작가 겸 연출인 미타니 코키와 직접 소통하면서 만들어가는 기분이 어떨지 궁금해요. 그가 쓴 대본은 쉬워보이는데 쉽지 않아요. 되게 좋은 대본은 누가 봐도 선명해야 하거든요. 어떤 색깔이든 누구나 받아들일 수 있어서 똑같은 생각으로 표현할 수 있어야 해요. 그런데 ‘미타니 코키’의 대본은 배우에 따라 매번 다른 느낌으로 갈 수 있어요. 어찌보면 연극의 맛이긴 할텐데 실제 작가의 이야기가 궁금하긴 해요.”

윤서현의 또 다른 연극 무대를 기대해도 될까. ‘미타니 코키’의 또 다른 작품 ‘웃음의 대학’을 해도 좋겠다는 바람을 밝히자, “아직 다른 연극 제안을 받지 못했고, ‘웃음의 대학’ 대본을 보지도 못했어요. 보고 마음에 들면 적극적인 대시를 할 계획입니다.”고 답했다.

→[SE★인터뷰②] 에서 계속....윤서현, “나이로는 고참이지만 마음과 몸은 늘 신인”



/서경스타 정다훈기자 sestar@sedaily.com

정다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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