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일 오후 3일 만에 다시 찾은 한화갤러리아면세점과 두타면세점은 감사원의 면세점 비리 의혹을 발표했던 평일 당시보다 훨씬 썰렁했다. 가물에 콩나듯 찾는 손님 응대조차 손을 놓아 버린 듯 전반적으로 무기력한 분위기가 팽배했다. 사실상 폐점 느낌이 들 정도였다. 3일 전과 달리 직원들도 질문에 대답을 거부할 정도로 방어적인 기색이 역력했다.
본격적인 바캉스 시즌이 시작했지만 면세점은 여름 휴가철 특수를 찾아 보지 못했다. 한한령으로 가뜩이나 어려운 면세업계가 ‘면세점 게이트’라는 최악의 악재를 맞아 연간 최대 성수기인 7월 내국인마저 실종한 것이다.
얼룩진 비리의 중심에 있는 한화갤러리아와 두타면세점 뿐만 아니라 중국인 관광객으로 발디딜 틈이 없었던 신라면세점 장충점도 바캉스 특수를 찾아보기 힘들었다.
과거 중국인 대상으로 활발하게 진행된 프로모션은 거의 자취를 감추고 해외로 휴가를 떠나는 내국인들을 유혹하기 위한 다양한 행사들을 많이 내건 모습이 눈에 띄었지만 폐점을 방불케 하는 썰렁함이 국내 면세점 업계가 최대 위기를 맞았다는 점을 여실히 보여줬다. 한화갤러리아면세점은 특정 카드 이용 시 포인트를 두 배로 적립해주는 등 내국인 고객을 대상으로 한 프로모션 안내를 각 층 전면에 내걸고 파격적인 혜택 내용을 제안, 바캉스 고객 유치를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었다. 한화갤러리아면세점의 한 직원은 “유커나 싼커 보다 내국인 고객이 더 많아 휴가객들에게 온 전력을 쏟고 있지만 갑자기 터진 악재로 특수가 사라진 것 같아 걱정”이라고 토로했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최악의 사태에 따라 전 세계 1위 규모의 한국 면세점 매출이 사스 이후 14년 만에 처음으로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 사태로 매출이 감소했던 2003년 이후 처음이다. 업계와 관세청에 따르면 면세점 매출은 2002년 1조8,205억원에서 2003년 1조7,483억원으로 4.0% 감소했다. 이후 메르스 등 여러 악재에도 면세점 매출은 해마다 1조원 가까이 매출이 증가하는 등 꾸준히 상승 곡선을 그려왔지만 지난해 말부터 시작된 사드 사태로 면세업계는 직격탄을 맞은 상황이다. 이미 국내 면세업계 1위인 롯데면세점마저 3월 중순 이후 중국인 관광객 매출이 35% 빠지면서 전체 매출이 20% 정도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각에서는 지난해 12조2,757억원이었던 면세점 매출이 다시 10조 원대 초반으로 주저앉을 것이라는 우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