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항공우주산업(KAI)의 직원이 한국형 기동헬기 수리온 등의 개발사업과 관련한 외주 용역을 친인척 회사에 대거 몰아주고 수십억원을 챙긴 혐의가 포착됐다.
17일 KAI의 수백억원대 원가 부풀리기 의혹과 하성용 대표의 횡령 의혹 등을 수사하는 서울중앙지검 방위사업수사부(박찬호 부장검사)는 KAI 차장급 직원이던 S씨의 200억원대 횡령·배임 정황을 포착해 조사하고 있다. 인사운영팀에 소속돼 외부 용역 계약업무를 담당하던 S씨는 2007년~2014년 한국형 기동헬기 수리온과 경공격기 FA-50 등의 개발을 맡을 외부 용역 회사를 물색·선정하는 업무를 맡았다. S씨는 2007년 처남 명의로 몰래 설계 용역 업체 A사를 차렸다. 이후 KAI는 A사에 수리온, FA-50 개발 업무 등 총 247억원어치의 용역을 맡겼다. A사는 외부 용역 업체 중 가장 많은 물량을 담당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A사는 직원들의 용역비 단가를 부풀려 KAI서 돈을 받았다. 단순 서무 직원을 설계 감리 업무를 처리하는 최고 등급 ‘해석’ 직급으로 서류에 기재한 것이다. 실제로 200만원가량 지급하면서 800만원을 준다고 서류에 올리는 식이다. 용역비가 제대로 지급되는지 점검하는 업무를 S씨가 담당해 수년에 걸친 부정 지급 사실을 탄로나지 않았다.
검찰은 A사가 KAI에서 용역비 247억원을 받아 직원들에게 129억원만 지급하고 118억원가량을 이득으로 취했다고 보고 있다. S씨가 A사 차명계좌를 통해 20여억원을 받아 챙겼다는 정황도 드러났다. 검찰은 차장급에 불과한 S씨의 횡령·배임 의심 규모가 이례적으로 크다는 점에서 고위 경영진의 묵인·방조 여부, 윗선을 향한 이익 상납 등을 의심하고 있다. S씨는 현재 잠적한 상태다.
/조은지 인턴기자 ejee@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