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방산비리를 이적행위로 규정하고 범정부 차원의 부패척결을 주문했다. 이에 따라 지난 정부에서 졸속·부실 처리 논란을 샀던 무기 구매와 개발 사안들이 전방위적으로 사정권에 들게 됐다. 사정결과에 따라서는 군 인사 개혁과도 맞물릴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이적행위’라고 규정한 만큼 관련 비리혐의가 사실로 드러난 경우에 대해서는 고강도 처벌이 뒤따를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17일 청와대에서 수석·보좌관회의를 열고 “방산비리는 단순한 비리를 넘어 안보에 구멍을 뚫는 이적행위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이는 “방산비리가 끊임없는 가운데 최근 감사원이 지난 정부의 수리온 헬기 납품과 관련해 방사청장 비리 혐의를 적발하고 검찰에 수사를 요청했다”는 발언 뒤에 이어진 것이어서 우선 수리온과 관련해 대대 사정 한파가 몰아닥칠 것으로 전망된다.
문 대통령은 특히 “개별 방산비리 사건에 대한 감사와 수사는 감사원과 검찰이 자체적으로, 독립적으로 해나갈 것”이라며 “그러나 개별 사건 처리로 끝내지 말고 다시 반복되지 않도록 그 결과를 제도개선과 연결하는 국가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민정수석실 주관으로 방산비리 근절 관계기관협의회를 만들어 제도개선 대책을 마련하라고도 지시했다. 방산비리 사안을 단편적 사건으로 처리하지 말고 구조적인 차원에서 발본색원해 재발하는 것을 방지하라는 취지로 해석된다. 문 대통령은 또한 “과거 참여정부에서 설치·운영한 대통령 주재 반부패관계기관협의회를 복원해 국가 차원의 반부패 정책을 추진해나가고자 한다”며 “해당 협의회 안건으로 방산비리 근절을 위한 제도개선책도 올려달라”고 주문했다.
이와 관련해 여권 고위관계자는 “한해 국방예산이 40조원을 넘어섰고 앞으로 전시작전통제권 환수를 위한 전력을 강화하려면 한층 더 많은 예산이 들어가게 될 터인데 그 핵심이 될 첨단 무기 수입이나 개발 과정에서 누수를 없애려면 사전에 구멍을 찾아 메워야 한다”며 “수리온 감사는 단초일 뿐이고 지난 정권에서 논란이 됐던 고가의 무기 조달 과정이 전반적으로 재조명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전 정부에서 특히 논란을 샀던 방산 조달사업들을 보면 신형국산 전차인 K2 흑표전차의 파워팩 등 결함 논란, 차세대전투기(F-X) 도입 기종 막판 급변 논란, 통영함 납품 비리 논란, 보라매 레이더개발업체 선정 논란, K-11 복합소총 결함 논란 등이다.
해당 논란 등은 기존 정부에서도 감사원 감사나 검찰 수사, 국회 국정감사 등을 거쳤으나 일부는 의혹이 명쾌히 풀리지 않거나 솜방망이 처벌에 그쳤다는 여론이 끊이지 않았다. 만약 사정당국이 이들 사안을 다시 파헤칠 경우 관련 산업계는 물론이고 전·현직 군 당국자들에게도 여파가 미칠 수 있다는 게 정치권의 분석이다.
한편 문 대통령은 이날 회의에서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 결정은 최저임금 1만원 시대로 가는 청신호”라며 “또한 극심한 소득 불평등을 완화하고 소득주도 성장으로 사람 중심의 국민성장 시대를 여는 대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최저임금 인상을 감당하기 어려운 업종에 더 각별한 관심을 갖고 할 수 있는 정책수단을 모두 동원해주기 바란다”며 “어제 관계부처 합동으로 종합지원대책을 발표했는데 실효성 있는 대책이 되도록 연말까지 점검하고 보완해달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