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0일(현지시간) 취임 6개월을 맞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향후 3주간 미국산 제품 홍보에 총력을 기울이는 ‘메이드 인 아메리카(Made in America)’ 캠페인을 벌인다. 장남과 사위가 연루된 ‘러시아 커넥션’ 의혹과 트럼프케어(미국보건법·AHCA) 등 핵심 정책도 지지부진해지는 등 각종 악재에 발목이 잡혀 국정 지지율이 사상 최악으로 곤두박질치자 자신의 트레이드마크인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를 다시 전면에 내세워 분위기 반전을 시도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다만 이 과정에서 트럼프 행정부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 요구 수위를 높이는 등 무역 상대국에 대한 압박을 강화하면서 마찰을 빚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16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이날 백악관은 17일부터 3주간 이어지는 ‘메이드 인 아메리카’ 캠페인 일정을 공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제조업과 일자리를 살리자는 구호 아래 진행되는 이번 캠페인의 첫 일정으로 17일 미국 내 50개 주에서 공수해온 대표제품을 선보이는 ‘메이드 인 아메리카 제품 쇼케이스’에 참석하는 데 이어 19일에는 미국 제조업의 부흥을 선언할 계획이라고 WP는 전했다. 헬렌 아기레 페레 백악관 미디어 담당 국장은 “이번주 트럼프 행정부는 미국 근로자와 기업들의 명예를 드높이는 데 주력할 것”이라며 “미국이 제조업과 장인정신의 초석을 놓았음을 강조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전 정부들은 오랜 시간 미국 근로자들을 잊어왔고 그들의 이익을 글로벌 프로젝트라는 명분 아래 등한시하는 한편 해외로 이전했다”고도 강조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미국 우선주의’에 다시 힘을 싣는 것은 취임 6개월을 맞아 사상 최악으로 떨어진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율 성적표와 무관치 않다. 지난 6개월 동안 내분과 혼란으로 점철돼온 트럼프 정부가 핵심 어젠다로 역량을 모아 국정 장악에 나서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이날 WP와 ABC방송이 공개한 공동 여론조사 결과 트럼프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은 36%로 지난 70년간 취임 6개월의 미 대통령 지지도로는 가장 낮은 수준에 그쳤다. 이는 취임 100일 당시의 지지율보다 6%포인트 더 하락한 수치이기도 하다.
미국 언론에서는 백악관의 ‘메이드 인 아메리카’ 주간 선포가 트럼프 정권의 고립을 초래해온 보호무역주의 행보의 일환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이 불공정 무역협상으로 규정한 한미 FTA 등을 재검토하는 과정에서 미국 내 여론의 지지를 얻기 위해 기획한 프로젝트라는 것이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내 제조업 부흥을 외치는 동시에 통상 분야에서 대미 무역흑자국에 대한 압박을 강화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트럼프 행정부는 한국 정부에 한미 FTA 개정을 위한 특별공동위원회 회의 개최를 요청한 상태이며 다음달 16일을 전후해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나프타) 재협상에도 돌입할 예정이다. 당장 19일에는 워싱턴DC에서 미중 포괄적경제대화 협상이 열린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들은 이 회의에서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의 농업보조금과 철강 과잉생산 등에 강력한 문제제기를 할 것으로 보인다고 관측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