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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덩케르크’ 3D 없이 가능, 크리스토퍼 놀란식 ‘체험하는 육해공전’

“영화적인 서스펜스와 스펙터클, 시각적인 스토리텔링, 기술적인 완벽함을 추구하며 지금껏 보지 못한 것을 보여줄 것이다”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이 육해공 공간과 시간의 분리에서 메시지의 합일점을 찾았다.

해변에서의 일주일, 바다에서의 하루, 하늘에서의 한 시간. 시공간의 직조장인 크리스토퍼 놀란이 영화 ‘덩케르크’로 또 한 번 그만의 세계를 창조했다. 3가지 시점에서의 접근은 실화임에도 전혀 새로운 형태의 이야기로 재조립 한 느낌이었다.

최근 서울 성동구 CGV왕십리에서는 영화 ‘덩케르크’(감독 크리스토퍼 놀란)가 언론배급시사회를 통해 선 공개됐다.

‘덩케르크’는 2차 세계대전 당시 프랑스 북부 덩케르크 철수 작전을 그린 작품. 덩케르크 철수 작전은 1940년 5월 26일부터 6월 4일까지 8일간 프랑스 덩케르크 해안에서 40만여 명의 영국군과 연합군이 900여 척의 선박을 끌고 독일 기갑부대의 포위를 뚫고 영국으로 철수하는데 성공한 작전이다.

놀란은 지금까지 ‘메멘토’ ‘인썸니아’ ‘다크나이트’ ‘인셉션’ ‘인터스텔라’ 등 스릴러, 미스터리, 판타지, SF로 허구의 이야기를 다뤄왔다. 이번에는 주특기인 ‘시공간의 분할과 결합’을 실화에 적용시켜 단편적인 이야기의 다층적 변주를 시도했다. 그러면서 사건의 줄기는 놓지 않았다. 2차 세계대전 당시의 극적인 생존 과정이 거대한 사건의 얼개를 타고 완성됐다.

/사진=워너브러더스/사진=워너브러더스



사실 덩케르크 철수 작전과 성공 과정의 실체는 꽤나 단조롭다. 하지만 굿 스토리텔러 놀란은 3가지의 시점으로 틀을 나눠 같은 사건을 훨씬 풍성한 이야기로 꾸몄다. 해변 위의 군인들, 보트를 타고 항해하는 민간인들, 하늘에서 군인들을 보호하는 파일럿들의 시점으로 나눴다. 거듭되는 교차편집으로 그들의 입장이 동시간의 흐름으로 보이게 만들었다. 이는 같은 상황에 놓인 이들이 각자 어떠한 고민과 고통을 거듭했는지 그 흔적을 강조한다. 따라서 깊이와 여운은 훨씬 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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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덩케르크’의 완성도에는 OST의 역할이 5할 이상은 차지한다. 영화 전반을 타고 흐르는 음향은 전쟁 상황이 주는 불안정한 분위기, 줄곧 서스펜스로 균일한 심리상태를 조성한다. 음악 영화의 거장 한스 짐머가 OST에 참여해 놀란의 지휘 못지않은 큰 비중으로 컷을 장식했다. 3가지 시점으로 상황은 고립되지만, 청각 효과로 이야기 전체에 유기성과 몰입감을 부여했다.

놀란 특유의 클래식 가공법을 고수한 점 또한 ‘덩케르크’만의 고유미를 장착하게끔 했다. 이번 영화에서 “관객들을 1940년 해안에 직접 데려다 놓고 싶었다”고 한 놀란은 극강의 몰입을 위해 스케일과 물리적인 면에서 이유 있는 고집을 내세웠다. 65mm와 IMAX 카메라의 사용으로 3D 없이도 가능한 ‘체험하는 영화’의 진수를 보여준다.

1300명의 엑스트라, 스핏파이어 전투기, 실제 폭발물 설치, 그린·블루 스크린 배제, 조종석 시점샷 등 관객들이 최대한 자연스러움을 느끼도록 작업했다. 따라서 관객들은 3D가 아님에도 공중전과 항해를 직접 하는 듯한 착각을 경험할 수 있다.

영화의 메시지는 ‘전쟁영화가 아닌 생존 드라마’다. 보통의 전쟁 영화가 보여 준 ‘죽여야 사는’ 관점에서 벗어나 살아남는 것 자체로 의미 있는 성과임을 보여준다. 동시에 참혹한 전쟁의 무가치함과 평화의 유지를 강조한다. 놀란은 이러쿵저러쿵 설파하지 않아도 보여줌으로써 관객들을 설득시킨다. 특유의 묵직하고 투박한 전달법이 실화와 만나 더 없이 깊은 여운을 안긴다. 7월 20일 개봉.

/사진=워너브러더스/사진=워너브러더스


/서경스타 한해선기자 sestar@sedaily.com

한해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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