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죽’의 가맹본부인 본아이에프는 지난 4월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가맹사업법 위반으로는 유례가 없는 과징금 철퇴를 맞았다. 가맹본부가 공급하는 식자재가 ‘특허 반찬’이라며 가맹점에 거짓말을 했다가 덜미를 잡힌 것이다. 본죽이 가맹점을 상대로 식자재 가치를 ‘뻥튀기’한 것은 식자재 등 필수품목에 마진을 얹어 가맹금을 받는 가맹사업 구조와 무관치 않다. 본죽 사례처럼 필수품목 가격을 두고 가맹본부와 가맹점 간 분쟁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지만 여전히 가맹본부가 가져가는 필수품목의 마진 규모는 베일에 싸여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올해부터는 이런 문제점을 반영해 대형 외식업종 가맹본부를 시작으로 필수물품 마진 규모 등을 상세히 공개하게 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처럼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18일 프랜차이즈 가맹본부의 ‘갑(甲)질’에 드디어 칼을 뽑았다. 이번 종합대책에는 가맹본부의 갑질을 원천 차단하기 위한 정보공개뿐만 아니라 을(乙)의 협상력을 높일 수 있는 방안, 불공정 거래행위에 대한 엄격한 법 집행 계획까지 총망라돼 있다. 대리점·유통업뿐만 아니라 ‘병(丙)’의 문제까지 이어지는 하도급 분야 대책 등 사회적 약자를 달래기 위한 공정위의 대책도 줄 이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날 밝힌 개선안 핵심은 오는 12월까지 시행령 개정을 통해 가맹점이 가맹본부로부터 반드시 구매해야 하는 필수물품에 대한 자세한 정보를 공개하는 것이다. 국내 프랜차이즈 업계가 가맹사업과 관련해 공개되는 정보가 외국보다 적어 일부 가맹본부가 가맹점으로부터 과도한 가맹금을 걷어가고 있다는 지적을 반영했다.
연내 가맹사업법 시행령을 개정해 가맹점이 반드시 사야 하는 필수품목에 대한 정보공개서 의무기재사항을 대폭 확대할 계획이다. 필수물품 공급을 통한 가맹금 수취 여부, 가맹점 평균 지급 가맹금 규모, 가맹점 매출액 대비 필수물품 구매금액 비율, 필수물품 품목별 공급가격 상·하한 등이 포함된다. 가맹본부 등이 납품업체나 유통업체 등으로부터 받은 판매장려금, 리베이트 등 대가도 모두 공개해야 한다.
가맹점주의 협상력을 높이는 방안도 마련됐다. 공정위는 가맹본부가 판촉행사 비용을 가맹점주에게 일방적으로 전가하지 못하도록 사전동의를 의무적으로 얻도록 규정을 마련할 계획이다. 또 가맹본부의 보복조치 금지제도를 마련하고 이를 3배 징벌적 손해배상 대상에 포함하는 방안도 추진된다.
피해방지 수단도 확충했다. 이른바 ‘오너리스크’로 인해 가맹점주가 손해를 볼 경우 이를 배상받을 수 있게 하는 법안이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이다. 가맹본부 갑질의 대표적 수단으로 꼽혔던 계약 즉시 해지사유도 수정한다. 편의점 등의 심야영업 중단 가능 시간도 5시간에서 7시간으로 늘어난다. 갑질에 대한 감시망도 촘촘해진다. 이를 위해 공정위는 우선 피자·치킨·분식·제빵 등 외식업종 50개 브랜드 가맹본부의 필수물품 구입 강제 관행에 대한 일제 점검을 실시한다. 특히 가맹본부 감시체계를 광역 지방자치단체까지 넓혀 보다 효율적으로 프랜차이즈 갑질 문제를 감시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조사·처분권 일부를 광역지자체에 위임하겠다는 게 공정위의 복안이다.
김 위원장은 “이번 대책뿐만 아니라 장기적으로 본부와 점주가 필수품목을 공동구매하는 협동조합 모델을 만들어 그 안에 상생이 깃들 수 있도록 개선해나가겠다”고 밝혔다. /세종=김상훈기자 ksh25th@sedaily.com